“인스타그램 릴스 보고 떡 사러 왔어요.”
오른손으로 캐리어를 끌며 왼손으로는 떡 포장백을 들고 있던 정수민(23)씨는 “이 떡은 오늘 완전 처음 먹는다”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그는 “맛을 평가하는 릴스를 봤는데 블루베리와 복숭아가 제일 맛있다고 해서 둘을 샀다”며 “살짝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맛있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평일 아침부터 줄 선 사람들
지난달 29일 오전 9시쯤 서울역 인근의 과일 찹쌀떡 매장 앞에는 캐리어를 끈 여행객부터 군인, 외국인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가 구매 대기 줄에 선 지 5분 만에 14명이 뒤에 늘어섰다.
기차 시간이 임박한 듯 포장된 떡을 받자마자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행객과 호기심어린 눈으로 매장 내부를 촬영하는 외국인이 눈에 띄었다. 길게 늘어선 줄에 놀란 행인들이 “여기 뭐 하는 곳이길래 줄이 길어?”라고 물으며 지나가기도 했다.
언니와 함께 매장을 찾은 조인수(16)씨는 “성수동(본점)에 가면 이걸 먹는다고 친구들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 기차를 타러 왔다가 매장에 들른 박가영(26)씨와 함선화(26)씨는 모두 10만원어치가 넘는 떡을 사갔다.
오전 9시50분쯤 되며 줄을 선 사람이 50명이 넘어가자 직원은 매장 앞에 테이블링 예약용 태블릿PC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현장 관계자는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손님을 통제하기 어려워 예약을 받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 짧아진 유행, 커지는 소외 공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얻은 특정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현장에서 긴 줄을 서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구매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경험 소비’와 유행에서 나만 소외될까 조바심을 느끼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맞물린 결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쯤 상품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으며, 상품을 직접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또 다른 만족을 얻기도 한다”며 “여기에 유행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려는 ‘포모’ 심리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디저트를 중심으로 먹거리 지형도는 숨가쁘게 변했다. ‘상하이 버터떡’, ‘봄동비빔밥’,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등이 잇따라 SNS를 점령했다. 특히 두쫀쿠는 전문 디저트 가게뿐 아니라 타 업종의 매장까지 판매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하지만 유행의 열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식어버린 두쫀쿠 인기는 주재료 수입량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두쫀쿠의 주요 원재료인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지난 2월 731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5개월 만인 7월 54톤으로 92.6% 급감했다.
과거 먹거리 유행과 비교하면 소비자의 관심이 바뀌는 속도도 빨라진 모습이다. 2014년 8월 출시돼 전국적인 품절 대란을 일으킨 허니버터칩은 출시 1년 뒤에도 품귀 현상이 이어졌다. 반면 최근에는 새로운 먹거리가 SNS에서 급부상했다가 불과 수개월 만에, 짧으면 한 달도 못 채우고 또 다른 유행으로 빠르게 자리를 내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가 빠르게 노출되고 소비되는 SNS 알고리즘 환경이 유행 주기 단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