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지만 금메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병역 혜택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전원 KBO리그 선수로 구성된 한국이 업무와 운동을 병행하는 일본 사회인 야구 대표팀에 완패한 장면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병역 혜택을 부여하는 현행 제도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결과와 별개로, 한 차례 금메달로 체육요원 편입이 가능한 현행 기준이 변화한 스포츠 환경에서도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3-1로 꺾었다. 2010 광저우 대회부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정상에 오르며 아시안게임 야구 최강국의 지위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은 결승 이틀 전 열린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0-5로 졌다. 일본은 프로리그가 아닌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이번 대표팀 24명 가운데 병역 미필자는 16명이다. 이들은 금메달을 따면서 현행 병역법에 따라 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충족했다. 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현역병 복무 대신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사회봉사활동 544시간을 이행한다.
우승 직후 대표팀 주장 노시환의 발언도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노시환은 경기력을 둘러싼 비판 여론에 “솔직히 신경 안 쓴다”며 “어쨌든 땄고, 과정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에 의미를 둔 발언이었지만, 병역 혜택 논쟁과 맞물리면서 경기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다시 주목받았다.
병역 문제는 대표팀 선발 때부터 따라붙었다. 이번 대회는 KBO리그 정규시즌과 일정이 겹치면서 구단별 차출 인원이 최대 3명으로 제한됐다. 이 같은 제약에도 병역 미필 선수들이 대거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면서 국가대표 선발과 병역 혜택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현행 체육요원 편입 기준에는 상대국 선수 구성이나 종목의 프로화 여부가 들어 있지 않다. 병역법상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가 대상이다. 국제대회의 경쟁 수준이나 참가 선수의 구성과 관계없이, 정해진 대회에서 입상한 결과를 기준으로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1973년이다.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 제정과 함께 도입됐으며 당시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여러 국제대회 입상자가 체육요원 대상에 포함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3위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의 핵심 틀은 1990년 마련됐다. 대상 국제대회와 입상 기준이 조정되면서 지금의 체육요원 편입 기준이 자리 잡았다.
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한국 스포츠의 위상도 달라졌다. 국제대회 성적 자체가 국가적 성취로 받아들여지던 시대를 지나 한국 선수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정상권을 겨룬다. 프로스포츠 역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환경도 변했다. 종목이 확대됐고 참가국마다 대표팀 구성과 전력에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종목이나 경쟁 환경을 따지지 않고 대회 입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병역 혜택을 부여한다. 제도가 만들어진 시대와 현재 스포츠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중문화예술인과의 형평성 문제는 병역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반복될 때마다 함께 거론된다.
현행 예술요원 제도는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입상자와 일부 국내예술경연대회 입상자,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대중문화예술인은 세계적인 성과를 거둬도 예술요원 편입 대상이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 역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 혜택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을 불러왔다. BTS 멤버 7명은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중문화예술인과 스포츠 선수에게 서로 다른 병역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체육계에서는 선수의 전성기가 짧은 만큼 병역으로 인한 경기력 공백이 선수 경력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어 국제대회 성과에 따른 체육요원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전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 혜택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썼다. 특히 야구를 두고 한국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나서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전력으로 참가할 수 있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하 원장은 “국회 국방위 시절 예체능계 군혜택을 축소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특히 야구는 전형적인 불공정 승부”라고 주장했다.
하 원장은 과거에도 같은 문제를 제기해왔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고, 2022년에도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병역특례 제도 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