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배터리보다 안전하고 성능이 뛰어난 전고체전지의 수명과 출력을 동시에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실리콘 음극 구조를 개발했다.
약 12분 만에 충전과 방전이 완료되는 고속 조건에서도 3000회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성과를 거둬 전기차는 물론 로봇과 드론 등 고출력이 필수적인 차세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국립대는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성재경 교수 연구팀이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로 마이크로 실리콘 입자를 사슬처럼 감싸 연결한 ‘CN-Si(Chain-based Networking)’ 전극 구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전고체전지는 불이 붙기 쉬운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로, 화재 위험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음극 소재로 쓰이는 실리콘(Si)은 기존 흑연 음극보다 저장 용량이 훨씬 크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전극 내 실리콘 함량을 늘려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을 섞지 않고 리튬의 확산을 이용하는 ‘확산 의존형’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실리콘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때 부피가 크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변형 힘(응력) 때문에 전극 내부에 미세한 균열과 빈 공간인 공극이 형성되는데, 전기를 빠르게 주고받는 고속 충·방전 조건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손상이 한층 심해져 리튬이온과 전자의 이동 경로가 끊어지고 배터리 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성재경 교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면 응력 분포 덕분에 매우 높은 기계적 강도를 갖는 유리 구조물인 ‘루퍼트 왕자의 눈물’ 원리에서 착안했다.
연구팀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가 실리콘 입자 표면을 사슬 형태로 감싸고 서로를 연결하는 연속적인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했다.
이 사슬형 네트워크는 충·방전 중 실리콘 입자에 몰리는 국부적인 응력을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전극 내부의 균열과 공극 생성을 억제한다.
동시에 탄소나노튜브가 전극 전체에 끊어지지 않는 전자 전달 경로를 제공해 실리콘의 반응이 전극 전체에서 균일하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연구팀이 이 음극을 고니켈 양극재(NCM811)와 결합해 실제 전고체전지 셀로 제작해 성능을 평가한 결과 약 12분 만에 충·방전이 가능한 5C의 고속 조건에서 3000회 이상 충·방전을 반복한 후에도 초기 용량의 약 78%를 유지하는 우수한 내구성을 확인했다.
약 20분 만에 방전되는 3C 조건에서도 고속 손실 없이 높은 용량을 지켰다.
연구 제1저자인 김석진 석박사통합과정생은 “탄소나노튜브를 단순한 전도성 보조재가 아니라 실리콘 입자를 감싸 응력을 줄여주는 구조적 소재로 재해석했다”며 “고에너지 밀도와 고출력 특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전고체전지 실리콘 음극의 새로운 설계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 임형준 교수 연구진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주리(Ju Li) 교수 연구진의 공동 참여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