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단독] 금융사 금전제재 올 70% 깎여 … 흔들리는 징계 일관성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금융당국 과도한 감경 비판론
금융위 제재 감경금액 매년 증가
감경률도 작년 31%서 2배 이상↑
공모펀드 불완전판매 전액 삭감
단일 안건 과징금 186억 감액도

징계불복 소송 잇따른 패소 영향
당국서 제재 수위 결정에 소극적
기관마다 다른 잣대도 편차 키워

금융당국의 제재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과태료·과징금이 당초 산정된 금액보다 대폭 하향 조정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징계 수위가 깎인 안건들의 최종 제재액은 당초 금액보다 70% 이상 급감했다. 징계 불복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당국이 제재 수위 결정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데다, 기관마다 제재 규정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징계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30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제재 의결 안건 중 감경 건수는 2022년 13건, 2023년 29건, 2024년 45건, 2025년 중 56건에 이어 올해는 7월15일까지 36건으로 집계됐다. 금융회사 제재는 검사를 수행한 금융감독원이 조치안을 올리면, 최종 의결 기구인 금융위가 이를 심의해 확정하는 구조다.

 

◆전액 면제부터 100억대 삭감까지

 

금액이 깎인 안건 중 원안 대비 최종 삭감된 비율을 보면, 2022년 22% 수준이던 감경률은 2023년 63%, 2024년 38%, 2025년 31%를 기록하다 올해 71%로 급격히 높아졌다. 삭감 금액 역시 2022년 57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69억원, 올해는 7월까지만 416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감경률이 높아진 주된 배경으로는 규제 적용 시점과 요건에 대한 판단 차이가 꼽힌다. 일례로 올해 1월 금융위는 공모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무더기로 징계 대상이 된 주요 증권사들 중 10곳에 대해 최종 의결액을 ‘100% 삭감’했다. 계도기간 중 발생한 행위는 위반 사항에서 제외하고, 비대면 판매 시 적극적인 투자 권유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에 따라 KB증권(20억8400만원), 대신증권(16억900만원), 하나증권(12억2900만원) 등은 수천만원에서 최대 20억원대에 달하던 과태료·과징금을 모두 면제받았다.

 

단일 안건의 감액 규모가 100억원대에 달하거나 부당이득 한도 규정 탓에 제재금이 크게 줄어든 경우도 있다. 올해 7월 한 주식회사의 회계 감리 안건은 당초 약 277억원이던 과징금이 186억원 깎인 91억원으로 확정됐다. 경영진의 배임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2월 흥국생명보험 정기검사 안건은 75억2680만원이던 제재 원안이 2억1640만원으로 줄었다. 부당이득액의 10배를 초과할 수 없다는 감경 규정과 3억5000만원의 과태료 심의 보류가 함께 작용한 결과다.

 

사고 발생 이후 금융사의 ‘사후 조치’도 주요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최근 5년간 제재액이 하향 조정된 안건들의 의결 사유를 분석해 보면, 제재 대상자의 ‘시정’ 조치나 자발적인 ‘수습’ 및 개선 ‘노력’이 빈번하게 감액 요인으로 언급됐다. 사후 조치 위주의 감경 관행이 반복될 경우,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제재 본연의 예방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송 리스크와 낡은 규제 영향

 

이런 징계 수위 조정은 금융당국의 행정소송 패소 흐름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제재에 불복한 행정소송 신규 접수 건수는 2022년 23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45건을 기록했다. 당국의 패소 판결이 이어지면서 과징금 환급액도 2022년 1억800만원에서 올해는 1∼5월 사이에만 35억6300만원으로 폭증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안이 4조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단계별 조정을 거쳐 대폭 축소된 과정을 짚으며 “과징금 부과액이 당초 산정대비 급감하여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 그리고 제재가 정책과 여론에 좌우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홍콩 ELS 제재안의 확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역시 최근 관련 소송에서 은행 측이 승소한 판결 등이 심의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부 기준이 모호하고 포괄적인 제재 규정이 부처 간 산정 결과의 편차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검사를 받은 동양생명의 경우, 당초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1400억원의 과징금이 산정됐다가 이달 9일 금융위에서 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위반 행위와 무관한 매출을 제외하는 규정 없이 ‘전체 매출액’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심의 과정에서 기관 간 잣대가 크게 엇갈린 탓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과징금 부과 기준을 세분화하고 제재 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박민규 의원은 “지나친 과징금 부과는 지양해야겠지만 홍콩 ELS 사태처럼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사안까지 과징금을 대폭 감경한다면 제재를 형해화하고 금융회사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금전 제재는 금융회사의 부당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과도한 감경으로 제재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제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면죄부식 감경은 금융당국의 신뢰를 훼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