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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서울대 총장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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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세계 10위권’ 목표 무색
순위 오히려 밀려 亞 10위도 난망
낡고 느린 대학 시스템 원인 꼽혀
거대비전 대신 숫자로 미래 말해야

서울대학교가 새 총장을 뽑고 있다. 후보 4명이 추려졌고, 10월7일 총장예비후보자 정책평가를 앞두고 있다. 필자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서울대를 어디까지 올려놓을 것인가. 그리고 그건 언제까지 해낼 것인가.

서울대는 과거에 이 질문에 대담하게 답한 적이 있다. 2007년 이장무 총장 시절이다. 이 총장이 이끌던 서울대는 ‘2007~2025 장기발전계획’을 내놓으면서 2015년 세계 30위권, 2025년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겠다고 했다. 두루뭉술한 구호가 아니었다. 외국인 교수 900명, 외국인 학생 30%, 세계 10위권 학문 분야 50개라는 숫자도 내놨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서울대가 목표연도로 내건 2025년이 지났다. 어떨까. 서울대는 2026년 아시아에서 15위(THE 아시아 대학평가), 17위(QS 아시아 대학평가)다. THE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는 거꾸로 내려가고 있다. 2014년 4위까지 갔으나, 그 뒤 내리막이다. 또 세계대학 순위에서는 58위(THE 세계대학 순위), 38위(QS 세계대학 순위), 87위(ARWU)다. 세계 10위권은커녕, 아시아 10위 이내도 힘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추락이 이제 별 뉴스도 되지 않는 듯하다. 서울대가 아시아 4위에서 15위로 내려온 것보다, 우리가 그걸 별일 아닌 듯 받아들이는 게 필자에게는 더 이상하다. 19년 전 서울대는 세계 10위권을 말했다. 필자는 지금 서울대 총장이 되고자 하는 후보 네 명에게 세계 10위가 아니라 아시아 10위 안에는 언제 다시 들어갈 것이냐고 묻고 싶다.

이장무 총장 후임자들이 놀고 있었던 건 아니다. 오연천 총장 때 서울대 법인화를 해냈다. 성낙인 총장은 ‘SNU with World’를 내걸었다. 오세정 총장은 세계 10위권 학문 분야를 만들겠다며 ‘SNU 10-10’을 시작했다. 유홍림 총장도 국제공동연구와 학문후속세대 지원, 연구 인프라 강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안 됐다. 이게 중요하다. 어느 한 총장이 무능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여러 총장이 20년 가까이 국제화하고, 좋은 교수를 데려오려고 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었다. 그런데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 아닌가.

서울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오세정 총장 시절인 2022년 서울대가 교원·학생·직원·외부 전문가 85명을 동원해 ‘중장기발전계획’을 만들었다. 읽어보니 반성문과 같이 들린다. ‘연구 성과의 질적 저하’, ‘우수 인재 충원 감소’라고 썼다. 서울대 구성원들은 ‘경직적이고 관료적인 운영시스템’, ‘무사안일과 매너리즘적 조직문화’를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는 서울대를 두고 ‘낡고 느린 항공모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외부 언론이 서울대를 공격한 게 아니다. 서울대가 서울대를 그렇게 진단했다.

시스템 문제라는 말은 추상이 아니다. 서울대 보고서는 새 교수를 뽑을 때 첨단 분야의 필요보다 기존 학과의 퇴직 결원을 채우는 방식이 강하다고 했다. 학과 간 이해가 충돌해 교수 정원을 새로운 분야로 옮기기도 어렵다고 했다. 세상이 먼저 움직이는데 조직은 뒤따라간다.

가장 아픈 숫자는 외국인 교수다. 이장무 총장 시절 목표는 2025년 900명이었다. 2025년 서울대 전임교원 2369명 중 외국인은 115명이다. 4.8%. 목표의 13%에도 못 미친다. 서울대 자신이 900명이라는 목표를 세웠는 데, 왜 115명에서 멈췄나.

서울대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2022년 보고서는 외국인 교수 숫자만 늘려서는 안 된다며 ‘서울대학교 체질과 시스템의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질문은 간단하다. 왜 세계의 뛰어난 학자를 서울대는 더 많이 끌어오지 못하는가.

필자는 총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울대에는 비전이 부족했던 게 아니다. 부족한 건 결과다. 총장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설명해야 한다. 이장무 총장 시절 내건 ‘2025년 세계 10위권’ 목표는 왜 실패했는가. 앞선 총장들은 법인화하고 국제화하고 SNU 10-10을 했음에도 왜 서울대를 앞으로 밀고 가지 못했는가. 당신은 뭘 다르게 할 것인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오래된 수사는 필요 없다. 숫자를 제시하라. 5년 뒤, 10년 뒤 어디까지 가겠다는 건지 말하라. 그리고 순위를 올리는 데 돈이 더 필요하면, 얼마나 왜 필요한지 한국사회에 당당히 요구하라.

2007년 이장무 총장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2025년이라는 날짜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적어도 목적지와 시간을 말했다. 이번에 총장이 되겠다는 사람도 그래야 한다. 서울대 총장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