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15일은 한국의 추석이자 중국의 중추절이다. 두 나라 모두 한 해의 가운데 있는 날로 매우 중요한 날이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중추절은 단순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했는데, 음식이 평소보다 훨씬 풍성했을 뿐이다. 그때는 ‘가족이 함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늘 집에 있었고 부모님도 곁에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한국에 와서 살게 되면서 “달은 고향에서 더 밝다”는 두보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 한국에도 추석이 있다. 이 명절 분위기는 타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다. 거리 곳곳에는 명절 현수막이 보이고, 상점과 백화점에는 다양한 명절 선물 세트가 가득하다. 기차역은 여행 가방을 끌고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만나고, 조상을 찾아뵙는다. 도시 전체가 분주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15년이 되었다. 이제 한국은 나에게 또 하나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추석이 되면 가족과 함께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곤 한다. 그중 하나가 경복궁이다. 추석 연휴에는 무료로 개방되고, 국립민속박물관 앞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 공연이 열린다. 전통 의상과 음악, 전통예술이 어우러져 고궁 전체가 명절 분위기로 가득 찬다. 그곳에 있으면 한국 사람들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문화적 영향력을 키워가는 데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추석 연휴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여행 가기도 좋은 시간이다. 내 고향은 내륙이어서인지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안면도는 우리 가족이 즐겨 찾는 곳이다. 몇 해 전 추석,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바닷가를 산책했다. 도시의 불빛과 소음에서 벗어난 해변 위로 둥근 달이 조용히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그 달을 바라보니 달빛 아래 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 떠올랐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다시 타국에서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이렇게 흘렀다. 그렇게 맑고 환한 달을 본 것이 언제였을까. 달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달인데, 달라진 것은 달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안면도에서 열 살 난 딸아이는 바닷가를 신나게 뛰어다니며 나뭇가지로 모래사장에 엄마와 아빠의 이름을 한글로 적었다. 그리고 그 옆에 “사랑해”라고 썼다. 언젠가 딸아이도 나처럼 어느 중추절 밤에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향과 부모님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그날의 추석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부모와 함께 걸었던 바닷가와 모래사장 위에 적었던 “사랑해”라는 말을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달빛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 순간 문득 깨닫는다. “달은 고향에서 더 밝다”는 말은 고향의 달이 다른 곳보다 더 밝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그 달빛 아래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고, 함께했던 시간이 있으며, 아무리 멀리 떠나도 잊을 수 없는 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고향’은 단순히 내가 태어난 곳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어디에 살고 있어도, 우리를 사랑해 준 사람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마음속에는 언제나 돌아갈 곳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전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