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에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63조원 많은 478조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특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급증하고,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쓰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국채시장 불안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당시의 전망치(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 많은 규모이며, 지난해 말 본예산 편성 당시의 예상치(390조2000억원)보다는 88조4000억원 많은 수치다. 추경 예산을 기준으로 세수 오차율은 15.2%로 역대 5번째로 높다.
세수 전망치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급증이다. 법인세는 정부가 추경 당시 예상한 101조3000억원보다 35조1000억원 많은 136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7월 81조원에서 올해 2월 339조원, 이달에는 638조원으로 상향됐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증가와 특별배당 등으로 소득세 역시 전망치(136조8000억원)보다 15조6000억원 많은 152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거래세는 전망치보다 1조9000억원 많은 12조4000억원, 농어촌특별세는 6조7000억원 상향한 20조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초과세수의 용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산안에서 편성한 기금의 규모(162조3000억원)에 초과세수를 더하면 200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초과세수를 주거·일자리·서민금융 3대 사회정책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민생 불안의 핵심 요인인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초과 세수를 비롯한 가용 재원과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을 본래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맞게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초과세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612%까지 상승하며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확대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는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물량을 축소하는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국채발행 축소는 이미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발표하며 내놨던 계획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에서는 “더 걷힌 세금은 나랏빚을 줄이는 데 먼저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4월) 추경에서 세입을 25조2000억원을 늘려 잡고도 국가채무 상환에는 고작 1조원을 반영했다”며 “결국 미래대응기금은 혈세 쌓아 놓고 나중에 퍼주겠다는 ‘이재명 저수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발표한 ‘2027년 NABO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전망치(2.0%)보다 1.5%포인트 높인 3.5%로 제시했다.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한국은행(3.3%)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3.2%)보다 높은 수치다. 예정처는 반도체 기업의 성장세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