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파괴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로 속도조절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 규제가 아닌 AI 업계 ‘자율규제’에 맡기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의 주요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자신과 AI 기업 대표들이 AI 시스템을 검토하기 위한 기준을 담은 자발적 합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프런티어 책임에 관한 공동 약속’을 공개했다.
그는 “엄청난 수준의 자율규제(self-regulation)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며 “법무부나 연방수사국(FBI) 등을 통해 (정부) 규제가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자율규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AI 기업 대표들의 이번 합의가 ‘도덕적 구속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공동 약속은 “미국 국민과 전 세계를 위한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모든 기업은 자신의 기술을 안전하게 개발하고 고객과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이를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고 선언한다. 또 기업들은 AI 시스템이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델 훈련 과정 내부 통제 체계 시행 △통제·모니터링 작동 확인 △외부기관이 독립적 평가 △이사회 내 독립적 위원회 지정 4단계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에 첨단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소들이 이미 도입한 조치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AI가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경고해 온 정부 개입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AI CEO, 리사 수 AMD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참석했다. 이 중 피차이, 아모데이, 저커버그, 머스크, 황, 브록먼이 공동약속에 서명했다.
아모데이는 AI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던 인물이고, 머스크도 AI 안전성 논란이 거셌던 당시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던 바 있다. 아모데이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 뒤 취재진이 CEO들에게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며 업계가 스스로를 규제할 수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는지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답을 가로채 “내가 말할 수 있는 답은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에게 발언을 요청했는데, 그는 “혁신과 기술, 안전 사이에는 충돌이 없다”며 “우리는 AI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AI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도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AI 기술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정부 문서에서 AI의 명칭을 ‘슈퍼지능’(SI·superintelligence)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오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서비스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AI 기반 정부 챗봇 ‘아메리카닷거브(America.gov)’를 공개했다. 정부 구인 공고나 트럼프 행정부가 공개한 UFO 관련 자료 등에 접근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는 챗봇을 통해 메디케어 같은 정부 프로그램에 가입하거나 여권을 갱신하는 등의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해선 “이 그룹(AI CEO들)은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지역사회와 협력할 것이며, 지역사회가 행복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