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 사상 최대인 79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총책 이진훈(56)씨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보다 5년 낮아진 형량이다.
법원이 검찰의 ‘위법수집증거’를 인정하며 검찰 산정 부당이득 중 1324억원만 받아들인 결과다. 검찰이 ‘사상 최대’라고 내세운 범죄수익의 약 83%가 입증의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검찰의 증거 수집 방식과 수사 적법성을 둘러싼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박종열)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3973억원을 선고했다. 약 1324억원의 추징과 밀항 당시 소지했던 미화 8800달러 몰수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영풍제지 실소유주 공현철(45)씨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2430억원, 추징금 74억7000만원이 선고됐다.
이씨와 공씨를 포함한 일당 22명에게 선고된 벌금의 총액은 약 2조9687억원이다. 이는 시세조종으로 얻은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를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정한 자본시장법을 따른 결과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를 저질렀다”며 “주가가 14배가량 상승한 뒤 한순간 폭락해 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어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유지하고 자본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부당이득 규모를 당초 검찰이 산정한 7898억원 중 1324억원만 인정했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검찰 요청을 받은 금융감독원이 영장 없이 증권사 등에서 자료를 확보한 것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검찰의 구형에 비해 주가조작 일당들에 대한 처벌은 훨씬 가벼워졌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조947억원을, 공씨에겐 징역 20년과 벌금 2조3694억원, 추징금 113억원을 구형했다.
시세조종 범행 자체는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 전반을 기획·주도하고 인력 모집과 역할 분담 등을 총괄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밀항을 시도한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범행을 자백하고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진술해 실체 규명에 협조한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반영됐다. 공씨에 대해서는 주가조작을 목적으로 영풍제지를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주가조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22명 중 무죄를 받은 2명을 제외한 20명은 시세조종 가담 정도와 역할에 따라 징역 2년6개월∼6년과 1700억∼3900억원대 벌금 등이 선고됐고, 일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일부 피고인은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됐다. 이씨 도주를 도운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신모씨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다수의 증권계좌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와 고가매수 등을 반복하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기간 영풍제지 주가는 약 14배 상승했다. 한편 검찰의 절차 위반이 결과적으로 주가조작범의 부당이득 인정액과 벌금을 낮춘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도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