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어제 담화를 통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는 우리 군의 명백한 ‘자작 광대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어선 적이 없다”며 우리 군이 실사격할 경우 “즉시적이고 가차 없는 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도발에 대한 사과는커녕 거짓말을 하고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적반하장 행태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2015년 파주 DMZ 목함지뢰 사건 때도 책임을 완강히 부인했다. 당시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고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진 뒤에야 북한은 고위급 합의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북한군과 주민들에게 북한 세습 체제의 모순과 한류, 경제 발전 등 한국의 체제 우위 실상이 소개되자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외부 정보 유입과 대북 확성기 방송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북한 도발을 저지할 해법은 이런 단호한 대응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김 부장의 담화에 침묵했고 어제도 지뢰 폭발 사고를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북한을 지목하지 않았다. 대신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야권을 겨냥했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취지지만 본말이 전도된 발언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이) 우리 군을 상해할 목적으로 심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방어적 목적이라면 대응에 신중해야 하다”고 했다. 우리 군 3명이 다치고 발목이 절단되는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는데도 ‘방어적 목적’ 운운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국가 안보에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여당 소속 국방위원장의 적절한 메시지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부장은 동부전선인 한국군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방향에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겠다고 위협했다.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방해하면 강력히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군이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방송·사격으로 대응할 경우 우발적인 총격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위협에 정상적인 경계·대응 활동까지 위축돼서는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도 북한의 선의에 기댄 일방적인 대북 유화 정책이 적반하장 행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새기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