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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 세수 63조 더 걷혀…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반도체 호황 덕에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63조원 많은 478조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특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가 급증하고, 증시 활황에 따른 증권거래세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초과세수가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쓰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국채시장 불안에 대응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월 전산업 생산은 물론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했다. 우리 경기를 보여주는 세 지표가 모두 뒷걸음질하는 ‘트리플 감소’는 올해 5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자동차 업종에서 8월에 휴가가 집중되면서 생산과 소비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의 제재 과정에서 금융회사에 부과되는 과태료·과징금이 당초 산정된 금액보다 대폭 하향 조정되는 양상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징계 수위가 깎인 안건들의 최종 제재액은 당초 금액보다 70% 이상 급감했다. 징계 불복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한 당국이 제재 수위 결정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데다, 기관마다 제재 규정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징계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재경부, 국세수입 478.6조 전망

 

30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478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 추가경정예산 당시의 전망치(415조4000억원)보다 63조2000억원 많은 규모이며, 지난해 말 본예산 편성 당시의 예상치(390조2000억원)보다는 88조4000억원 많은 수치다. 추경 예산을 기준으로 세수 오차율은 15.2%로 역대 5번째로 높다.

 

세수 전망치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급증이다. 법인세는 정부가 추경 당시 예상한 101조3000억원보다 35조1000억원 많은 136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에서 전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7월 81조원에서 올해 2월 339조원, 이달에는 638조원으로 상향됐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증가와 특별배당 등으로 소득세 역시 전망치(136조8000억원)보다 15조6000억원 많은 152조4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거래세는 전망치보다 1조9000억원 많은 12조4000억원, 농어촌특별세는 6조7000억원 상향한 20조3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초과세수의 용처를 밝히진 않았지만, 미래대응기금의 재원으로 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산안에서 편성한 기금의 규모(162조3000억원)에 초과세수를 더하면 200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초과세수를 주거·일자리·서민금융 3대 사회정책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민생 불안의 핵심 요인인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에 초과 세수를 비롯한 가용 재원과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을 본래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맞게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국채금리가 상승하며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초과세수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미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612%까지 상승하며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이형일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확대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는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물량을 축소하는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국채발행 축소는 이미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발표하며 내놨던 계획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생산·소비·투자 뒷걸음질

 

국가데이터처가 이날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2020년=100)는 118.7로 전월 대비 1.3% 줄었다. 지난해 10월(-2.2%) 이후 가장 크게 준 것으로, 7월(-0.1%)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5.1%)을 포함한 광공업생산이 4.8% 줄었다. 자동차(-24.8%), 고무·플라스틱(-11.0%), 반도체(-2.2%) 등에서 생산이 뒷걸음질했다. 자동차 생산은 2020년 2월(-28.9%)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8월 휴가철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일부 업체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전까지는) 자동차 업체 하계휴가가 7~8월에 분산됐다가 (올해는) 8월에 집중돼서 조업일수가 줄면서 자동차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며 “완성차 생산 감소에 따라 타이어나 플라스틱 제품 수요가 줄면서 고무·플라스틱 등 업종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소비를 반영하는 서비스업 생산은 0.5% 증가했다. 도소매(-0.7%) 등에서 생산이 줄었지만, 정보통신(4.7%), 전문·과학·기술(2.3%) 등에서 증가했다.

 

상품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8% 줄며 7월(-2.6%)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다. 생산 부진 여파가 반영되면서 승용차 소비가 13.6% 주는 등 내구재가 4.5% 줄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6%)에서도 판매가 감소했다. 다만, 의복 등 준내구재(0.4%) 판매는 증가했다.

 

6~7월 두 달 연속 늘었던 설비투자는 9.5% 줄었다. 지난해 1월(-14.9%)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1.6%) 투자는 늘었지만,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운송장비(-32.8%)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정부는 완성차 업체의 휴가 등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 등으로 8월 산업활동에서 조정이 있었지만, 9월에는 일제히 반등하는 ‘트리플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면서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신차 효과가 본격화하고, 7∼8월 주가 조정 이후 9월 들어 코스피가 7000선 안팎을 유지하며 소비 심리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임홍기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견고한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9월 광공업·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반등하고, 설비투자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금융사 금전제재 올해 70% 깎여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 제재 의결 안건 중 감경 건수는 2022년 13건, 2023년 29건, 2024년 45건, 2025년 중 56건에 이어 올해는 7월15일까지 36건으로 집계됐다. 금융회사 제재는 검사를 수행한 금융감독원이 조치안을 올리면, 최종 의결 기구인 금융위가 이를 심의해 확정하는 구조다.

 

금액이 깎인 안건 중 원안 대비 최종 삭감된 비율을 보면, 2022년 22% 수준이던 감경률은 2023년 63%, 2024년 38%, 2025년 31%를 기록하다 올해 71%로 급격히 높아졌다. 삭감 금액 역시 2022년 57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269억원, 올해는 7월까지만 416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감경률이 높아진 주된 배경으로는 규제 적용 시점과 요건에 대한 판단 차이가 꼽힌다. 일례로 올해 1월 금융위는 공모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무더기로 징계 대상이 된 주요 증권사들 중 10곳에 대해 최종 의결액을 ‘100% 삭감’했다. 계도기간 중 발생한 행위는 위반 사항에서 제외하고, 비대면 판매 시 적극적인 투자 권유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에 따라 KB증권(20억8400만원), 대신증권(16억900만원), 하나증권(12억2900만원) 등은 수천만원에서 최대 20억원대에 달하던 과태료·과징금을 모두 면제받았다.

 

단일 안건의 감액 규모가 100억원대에 달하거나 부당이득 한도 규정 탓에 제재금이 크게 줄어든 경우도 있다. 올해 한 주식회사의 회계 감리 안건은 당초 약 277억원이던 과징금이 186억원 깎인 91억원으로 확정됐다. 경영진의 배임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사고 발생 이후 금융사의 ‘사후 조치’도 주요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 최근 5년간 제재액이 하향 조정된 안건들의 의결 사유를 분석해 보면, 제재 대상자의 ‘시정’ 조치나 자발적인 ‘수습’ 및 개선 ‘노력’이 빈번하게 감액 요인으로 언급됐다. 사후 조치 위주의 감경 관행이 반복될 경우, 금융사고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제재 본연의 예방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징계 수위 조정은 금융당국의 행정소송 패소 흐름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제재에 불복한 행정소송 신규 접수 건수는 2022년 23건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45건을 기록했다. 당국의 패소 판결이 이어지면서 과징금 환급액도 2022년 1억800만원에서 올해는 1∼5월 사이에만 35억6300만원으로 폭증했다.

 

세부 기준이 모호하고 포괄적인 제재 규정이 부처 간 산정 결과의 편차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용정보법 위반으로 검사를 받은 동양생명의 경우, 당초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1400억원의 과징금이 산정됐다가 이달 9일 금융위에서 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과징금 산정 기준인 ‘매출액’의 범위가 불분명해 위반 행위와 무관한 수입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된 탓에 금융위·금감원 간 잣대가 크게 엇갈린 결과다. 당국도 최근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