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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직장인에서 ‘미녀 신궁’으로… 박정윤의 반전 드라마 [아시안게임]

올해 처음 태극마크…첫 아시안게임서 은·동메달 수확
동호인에서 국가대표로…“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어 감사”
혼성 은메달·여자 단체 동메달…“인도, 막상 붙어보니 해볼 만했다”
패션업계 거쳐 엘리트 무대 입성…“컴파운드 선수층 점점 두꺼워져”

[오카자키=권준영 기자] 초등학교 시절 활을 내려놓은 뒤 박정윤(29·창원시청)의 삶은 양궁장과 멀어졌다. 패션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한동안 선수라는 이름과도 거리가 있었다. 활은 기억 속에 남았지만 다시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25세에 다시 잡은 활이 그의 인생을 양궁장으로 되돌려놨다.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처음부터 국가대표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뒤 동호인으로 양궁을 다시 시작했다. 취미로라도 다시 활을 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조금씩 성적이 좋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켜보던 지도자가 “정윤아, 한번 해보자”고 권했고, 박정윤도 다시 선수의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결국 직장을 내려놓고 전문 선수로 전향했다. 지난해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한 끝에 올해 최종 2위에 올라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늦은 출발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로 성장해온 이들과 달리 박정윤에게는 직장인으로 보낸 시간이 있었다.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훈련에 매달렸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훈련했고, 정규 훈련에 야간 훈련까지 더하면 하루 500발에 가까운 화살을 쏘기도 했다.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빠르게 드러냈다. 30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 박정윤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하루에 두 번 시상대에 올랐다.

 

강연서(성사중), 박예린(한국체대)과 함께 나선 컴파운드 여자 단체전에서는 대만을 229-228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대만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한 메달이었다.

 

이어 최용희(현대제철)와 호흡을 맞춘 혼성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 상대는 직전 대회 우승팀 인도였다. 한국은 정규 4엔드를 157-157로 마치며 승부를 슛오프로 끌고 갔지만, 한 발씩 쏜 결과에서 19-20으로 아쉽게 패했다. 박정윤은 10점을 쐈지만 최용희의 마지막 화살이 9점에 그쳤고, 인도는 두 발 모두 10점을 기록했다.

 

금메달은 1점 차로 빗나갔다. 하지만 박정윤이 이날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아쉬움이 아니라 긴 준비 끝에 얻은 성과에 대한 안도감이었다. 그는 “색깔에 상관없이 준비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뭐 하나라도 목에 걸어가자란 마음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이런 결과가 나와줘서 진짜 다행”이라고 했다.

 

박정윤은 승패보다 자신이 준비한 과정을 끝까지 지키는 데 의미를 뒀다. 그는 “승패와 상관없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하고자 했던 과정을 못 지킬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꾹 참고 진행했던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컴파운드 국가대표 박정윤(창원시청) 선수. 대한체육회 제공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건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됐다. 한국의 아시안게임 혼성 컴파운드 은메달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이다. 2018년에는 대만에, 2022년에는 인도에 금메달을 내줬다. 이번에도 정상 문턱에서 멈췄다. 한국은 아직 이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인도와 직접 맞붙은 뒤 박정윤이 느낀 것은 자신감이었다. 그는 “원래 저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전관왕을 한 나라라서 당연히 경쟁력 있는 상대인데 막상 붙어 보니까 그렇게 벽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정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정윤의 관심은 자신의 메달을 넘어 한국 컴파운드의 성장으로 향했다. 한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종목이 전국체전과 올림픽을 계기로 저변을 넓히며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원래는 컴파운드가 전국체전 종목도 아니어서 많이 주목받지 못했고 선수 여건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전국체전에도 채택되고 올림픽까지 채택되면서 초등학교 선수들도 생겨나고 있고 선수층이 점점 두꺼워지면서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