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월간 수출액이 12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무역이 사상 최초로 ‘연 수출 8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폭발적인 질주와 여타 산업군의 고른 성장세가 더해져 ‘K-수출’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3.5% 증가한 120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105% 늘어난 56억3000만 달러로, 역시 역대 최초로 50억 달러 선을 넘어섰다.
월 수출액이 1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6월 1020억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지 불과 몇 달 만이다. 이에 따라 1∼9월 누적 수출액도 8145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7093억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이번 대기록 역시 최대 품목인 반도체가 강력하게 견인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603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62.8% 폭증하며 사상 최초로 월 600억 달러 벽을 깼다. 종전 월간 최대치였던 8월(467억 달러)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고정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다만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9.9%로 절반에 육박하자 일각에서는 ‘반도체 편중’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산업부는 다른 품목들도 전반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은 23% 증가했다. 무선통신기기는 23.4% 늘어난 21억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1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세를 탄 석유제품(72억2000만 달러)도 72.0%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소비재 중에서는 화장품이 31.4% 늘어난 1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달 주춤했던 선박(37억6000만 달러) 역시 29.9% 반등하는 등 20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1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다. 철강 또한 미국의 관세 및 유럽연합(EU) 수입쿼터(TRQ) 등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확산에 힘입어 3.3% 증가했다.
다만 주력 2위 품목인 자동차는 추석 연휴 시점 이동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고차 수출 부진이 겹쳐 5.5% 감소했고, 농수산식품 수출도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4.7% 줄었다.
지역별로는 주요 9개 지역 중 6곳에서 수출이 늘었다. 대(對)중국 수출은 122.7% 증가한 260억1000만 달러, 대미 수출은 137.0% 급증한 24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으로의 수출 역시 212억9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0억 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수출 1조 달러’ 달성은 사실상 확실시된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의 주동력인 반도체 호조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여타 품목의 수출도 꾸준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이 기조라면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1조 달러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