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계정공유 업체에 6만5000원을 내고 1년간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용이 중단됐다. 업체 홈페이지에는 ‘구글의 제재 강화로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공지가 올라왔고, 그 뒤로는 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는 남은 기간 이용료를 돌려받지 못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를 아끼려고 계정공유 업체에 6개월이나 1년치를 미리 낸 소비자들이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가 끊기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1∼8월 서울시에 접수된 상담만 200건이 넘는다. 피해자 4명 중 3명은 20·30대였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유튜브 계정공유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202건으로 집계됐다.
상담 유형은 계약 변경·불이행이 144건(71.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체 운영 중단·폐쇄·연락 두절이 33건(16.3%), 계약 취소·환급이 25건(12.4%)이었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152건으로 75.2%를 차지했다. 40대 28건(13.9%), 50대 15건(7.4%), 60대 이상 7건(3.5%)이 뒤를 이었다.
결제 방식은 현금 계좌이체가 175건으로 86.6%나 됐다. 평균 피해금액은 7만5391원이었다. 카드 결제가 아니어서 결제 취소나 항변권 같은 수단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 “같은 집에 살아야” 가족요금제가 끊기는 이유
계정공유 업체들은 해외에서 가입한 가족요금제에 구매자의 구글 계정을 가족 구성원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구글이 이를 비정상적인 이용으로 판단해 제한하자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요금이 저렴한 아시아·남미 국가의 개인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이 구글의 제재로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구글 고객센터는 유튜브 가족 멤버십을 공유하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가족 그룹 관리자와 같은 거주지 주소에 살아야 하고, 30일마다 전자 체크인으로 이 요건을 확인한다고 안내한다. 가족 요금제를 쓸 수 있는 국가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한국 이용자가 해외 가족요금제에 끼어 들어가는 방식이 언제든 끊길 수 있는 이유다.
◆ 3년 새 7건에서 488건으로
관련 상담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3년 7건에서 2024년 229건, 지난해 488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구독료 인상을 배경으로 본다. 구글이 2016년 한국에 월 구독 형태의 유튜브 프리미엄을 내놓은 뒤 국내 월 구독료는 8690원에서 2020년 1만450원, 2023년 1만4900원으로 올랐다.
인상 폭이 컸던 2023년 이후 계정공유 관련 상담이 늘었다는 것이 서울시 분석이다.
◆ 일본은 다섯 종류, 한국은 두 종류
서울시는 국내 이용자의 요금제 선택 폭이 해외보다 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국에서는 개인요금제와 음악 서비스가 빠진 프리미엄 라이트 두 종류만 제공된다.
일본은 학생·가족·연간요금제 등을 포함해 다섯 종류, 싱가포르는 네 종류를 운영한다. 시는 가구 구성과 이용 형태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국내 공식 요금제를 넓혀 달라는 의견을 구글에 전달했다.
국회에서도 구독료 문제가 거론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지난달 15일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7년 새 71.5% 올랐다는 자료를 내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 구독료는 이제 국민이 매달 부담하는 ‘국민 고정비’가 됐다”며 “부가통신서비스 이용약관 제도 개선 등 입법적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중고거래 앱에선 아예 거래금지 품목
계정공유 상품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이미 금지 품목이다. 번개장터는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계정 공유와 이용권 판매를 거래금지 품목으로 정해 두고, 적발되면 게시물을 즉시 삭제하고 계정을 차단한다고 안내한다.
당근도 OTT 서비스 계정 정보 공유를 판매 불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그 결과 거래는 개인 간 거래 플랫폼 밖으로 밀려나 네이버 카페나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다. 플랫폼의 분쟁 조정이나 안전결제를 거치지 않는 현금 거래여서 업체가 문을 닫으면 되돌릴 방법이 사실상 없다.
◆ 6개월·1년치를 미리 내기 전에
서울시는 “계정공유 상품에 6개월이나 1년치 이용료를 미리 내기 전에 서비스 제공 방식과 중단 시 환불 조건, 사업자 정보와 연락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식 가입 경로와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피해가 발생하면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이연화 서울시 공정경제과장은 “구독료를 아끼려던 소비자가 서비스 중단으로 오히려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거래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소비자 피해 유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피해 예방과 소비자 보호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