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3일째가 고비라더니 진짜 고비가 오더라구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사진)이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한 장에 담은 앨범을 냈다. 단 3일의 녹음으로 응축한 수정 같은 결과물이다. 협연한 악단은 영국 명문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이무지치와 더불어 비발디 ‘사계’로 유명한 나이절 케네디의 음반을 함께 녹음한 악단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 오키드클래식 레이블로 발매된 이 앨범은 2024년 데뷔작에 이은 한수진의 두 번째이자 첫 협연 음반이다. 지난해 9월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한수진은 지휘자 없이 직접 악단을 이끌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이태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수진은 오랜 전통을 지닌 악단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사흘째에는 사소한 대목마저 크게 느껴져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프로듀서 사이먼 킬른의 조언에 힘을 얻고 단원들의 호응 속에 고비를 넘겼다.
한수진의 새 앨범 뿌리는 어린 시절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두 살에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바닷가 섬에서 3년 반을 살며 바다와 초원을 곁에 두고 자랐고, 그 섬에서 처음 ‘사계’를 들으며 음악으로 자연을 느꼈다.
10대에 처음 접한 피아졸라의 리드미컬한 에너지에 매료됐던 그는 피아졸라의 사계에선 부산과 닮은 항구 도시의 정서를 읽었다고 한다. “바다 옆 도시의 공기 속에 어린 소금기가 느껴집니다. 비발디가 자연을 묘사한다면 피아졸라는 자연을 인간의 감정으로 번역해 내면의 ‘사계’를 이야기하는 느낌입니다. 두 곡이 마치 대화하는 듯했습니다.”
벤저민 브리튼이 초대 후원자를 맡았던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마침 15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0월 24일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25일 아트센터인천, 28일 대구콘서트홀, 3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모차르트·로시니·브리튼의 작품으로 1부를 채운 뒤 2부에서 2001년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역대 최연소 2위 입상자인 한수진과 협연으로 비발디 ‘사계’를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