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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탱고 [유선아의 취미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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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고 있던 ‘인-아이 인 모션’의 국내 개봉이 10월 중순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무가 아크람 칸과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현대 무용으로 협연해 나가는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자세한 사연이야 이 영화를 봐야 하겠지만 안무가와 배우가 서로의 언어를 빌려 새로운 몸짓을 찾아가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예전에 보았던 한 편의 영화 때문일 것이다. ‘탱고 레슨’은 샐리 포터 감독의 1997년 작으로 감독의 실제 경험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반자전적 픽션이다. 샐리 포터가 영화감독으로, 세계적인 탱고 무용수인 파블로 베론이 직접 영화에 출연해 각자 자신의 역할을 맡는다.

 

감독 자신의 춤추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 ‘탱고 레슨’은 샐리 포터가 초보자에서 시작해 점차 능숙한 탱고 무용수가 되는 변화를 파블로 베론과의 관계를 통해 그려 나간다. 전작 ‘올란도’의 성공 이후 차기작을 준비하던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제작될 예정이었던 새 영화의 시나리오에 흥미를 잃고 파블로에게 탱고 교습을 받기 시작한다. 샐리 포터는 댄스홀이 딸린 아르헨티나의 살롱에서 탱고를 청해 오는 이가 있다면 누구라도 탱고를 출 정도로 열심이다. 탱고를 잘 모르는 내 눈에 ‘탱고 레슨’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배우/무용수의 스텝은 나른함이나 권태로움에 가까운 춤사위 같다. 댄서는 춤을 추며 무대 위를 움직일 때 공간을 활용하는 데에도 목적이 있는데 탱고를 추는 두 낯선 이들은 얼굴을 맞댄 채로 그저 서로의 몸이 향하는 곳을 따르려는 스텝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이 보여서다.

샐리 포터와 파블로 베론의 관계는 탱고 교습과 ‘탱고 레슨’ 영화 구상 과정에서 서로 선생이자 제자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관계의 전복에 포커스를 둔다. 여성이 남성의 리드를 따라야 하는 탱고에서 샐리는 좀처럼 파블로의 리드를 따르지 않으려 한다. 촬영 현장을 총지휘하던 영화감독의 직업적 습관을 버리지 못해 남성의 리드를 신뢰하지 않고, 춤을 출 때 머리를 비워내지 못하는 샐리에게 파블로는 서슴없는 비평을 내놓는 스승이다. 반면 구상하고 있던 작품 준비를 접은 뒤에 본격적으로 탱고 영화 작업에 착수하게 되고 나서 파블로는 샐리에게 영화와 연기를 배워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 놓인다.

 

하나의 댄스홀에서 파트너를 바꿔가며 스텝을 이어가듯 샐리와 파블로 사이에 불협화음이 되풀이되는 동안 가장 인상 깊은 화해는 외젠 들라크루아의 회화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앞에서 이뤄진다. 그림 속의 두 인물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몸을 맞댄 채 힘을 겨루고 있는데 그 모습은 탱고를 추는 두 사람의 한순간을 포착한 자세처럼 보인다. 샐리와 파블로 역시 예의 회화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한다. 역할의 상실과 통제, 그리고 어쩌면 복종에 가까울 정도의 신뢰로 서로의 발길을 따라야 하는 탱고는 그렇게 누구도 혼자서 출 수 없는 두 사람의 춤을 완성한다.

 

유선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