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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수청 전담범죄 年 32만건… 경찰, 인지 3일 만에 통보해야 [공소청·중수청 2일 출범]

‘공룡수사기관’ 경찰 부담 가중

범죄사실 서면통보 업무 추가되며
신속한 통보·검토·이첩 작업 어려움
민생사건 처리 지연 부작용 우려도

통보의무 정리 안돼 현장선 혼란
내사사건 대해선 유권해석 의뢰도
경찰, 비상대응체제로 전환 선포

검찰청 폐지로 경찰은 수사기관의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일선 수사관들은 벌써 늘어나는 업무 부담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2일 출범하면서 경찰은 7대 중대범죄(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법왜곡죄) 관련 사건을 인지한 뒤 3일 내로 중수청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여기에는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 사건도 포함되는데 경찰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는 사건만 연 32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경찰의 부담이 커지자 경찰은 내사 사건까지 통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을 행정안전부에 건의한 상태다.

전국 경찰 수사지휘관 회의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하루 앞둔 이날 회의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오늘부터 경찰은 새로운 체계가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유희태 기자
전국 경찰 수사지휘관 회의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에서 전국 경찰 지휘관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하루 앞둔 이날 회의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오늘부터 경찰은 새로운 체계가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유희태 기자

◆중수청 통보 사건만 연 32만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내사로 종결한 사건 중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은 15만2351건으로 집계됐다. 경제·부패 범죄가 14만51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자금법 등 특별법상 경제범죄가 3774건, 사이버 사건이 3075건으로 뒤를 이었다.

수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종결된 중대범죄 사건도 지난해 9만1254건에 달했다. 경찰이 고소·고발 등 요건이 미달돼 수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사건들이다.

중수청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경찰 등 타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하고 3일 내에 이를 중수청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는데 지난해를 기준으로 하면 24만3605건의 내사 및 각하 사건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경찰이 입건 사건 중 중수청에 통보대상이 된다고 추정한 8만건을 합치면 한 해 32만건 이상이 중수청에 통보돼야 한다. 내사 사건은 그동안 피의자 직업을 따로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범죄에 포함되는 경찰관범죄 등 공직자 범죄를 추가하면 실제 더 많은 사건이 통보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들은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하는 부담이 커 민생사건 처리 지연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한 경찰관은 “3일 내에 범죄사실을 서면으로 정리해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없던 업무가 추가되는 만큼 혼란이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찰청도 입법 과정에서 “(경찰) 통보와 (중수청) 검토 부담이 커져 면밀·신속한 통보·검토·이첩 요구·이첩 등 작업이 어려워지고, 민생사건 처리 지연을 초래할 우려도 크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원도 “아직 혐의가 불분명한 내사 단계부터 일률적으로 통보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로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일선 현장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크다”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기준을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경찰 시름에 경찰청은 내사 사건까지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는지를 두고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수청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 인지를 따로 하는 경우 별도로 계속 추가 통보를 해야 할 수 있어 통보 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는 것에 대한 경찰의 수사 무마, 축소,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적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박덕흠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내사 종결한 사건은 총 67만142건으로, 2021년 33만8628건과 비교해 4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8월 기준 46만3938건이 내사 단계에서 종결됐다.

당장 2일 중수청이 출범하지만 통보 의무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1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검찰의 미제사건들도 넘어온다. 아울러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사 경찰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국 경찰 지휘관 모여 ‘비상체제’ 선포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전국 지휘관 650여명을 소집해 새 형소법 시행에 맞춘 비상대응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전국 서장급 경찰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24년 8월 이후 2년여 만이다. 김 직무대행은 “오늘부터 경찰은 새로운 체계가 현장에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비상대응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한다”며 “단 한 건의 사건·사고라도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수사를 책임지는 지휘관들이 정성껏 챙겨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관서에 따라, 담당 수사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과 제주 실종여성 사건 등에서 허점이 드러난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김 직무대행은 “부패·비리, 사건 조작·은폐, 제 식구 감싸기와 같은 중대 비위행위는 배제 징계를 원칙으로 더욱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경찰 조직 전반을 강도 높게 개혁해 견제받지 않는 비대한 권력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비상대응체제에 따라 전국 경찰서장은 매일 중요사건과 검사 요구사건 처리현황 등을 확인하고, 시도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를 중첩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있다면 즉시 바로잡기로 했다. 범죄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피해 접수부터 조사, 사후조치까지 권리 보호를 강화하고 사건 진행, 종결 내용에 대한 온라인 통지 등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