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 내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찌르는 일이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이 힘을 모아 추락하던 항공기를 구해냈지만, 자칫 초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공격의 배후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당국과 외신 등을 종합하면 사건은 이날 오전 7시5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출발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는 플라이두바이 항공사 소속 FZ1073편에서 일어났다. 해당 항공편에는 승객과 승무원 174명이 탑승 중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이륙 후 약 2시간20분이 지난 오전 9시22분쯤, FZ1073편은 사우디아라비아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다. 부기장이 휘두른 흉기에 기장이 피습을 당한 것이다. 항공기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항공기는 고도 3만4000피트(약 1만m)에서 2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1만7000피트(약 5000m)를 급강하했다. 이 과정에서 응급 상황을 뜻하는 항공 국제코드 ‘7700’과 피랍 및 조난을 뜻하는 코드 ‘7500’이 발신됐다.
기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항공기가 곤두박질치는 과정에서 머리 위 짐칸이 열리면서 짐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정전도 일어나 암흑이 들이닥쳤다. 처음에는 단순한 난기류라고 여겼던 승객들은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음을 깨달았고, 비명을 지르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CNN에 “지금까지 타본 롤러코스터 중 가장 격렬한 것의 1000배는 되는 것 같았다”며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게 분명해 보였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혼란 속에서 일부 승객이 조종실로 달려갔다. 칼에 찔린 기장은 흉기를 휘두르던 부기장에 저항하며 조종실 문을 열어줬다. 승객과 승무원 등 약 5명이 부기장을 제압했다. 항공기는 조종석이 텅 빈 채 여전히 추락 중이었다. 한 승객이 조종석에 뛰어들어 조종간을 뒤로 잡아당겨 고도를 높였다. 배관공인 그는 항공기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나, TV 프로그램 ‘항공사고수사대’를 본 적이 있어 조종간을 뒤로 당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마침 후속 항공편 운항을 위해 FZ1073편에 탑승 중이었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조종사 2명이 조종간을 잡아 고도를 수습했다. 급강하로 항공기 방향타가 손상됐으나 항공기는 오전 10시45분 사우디 타부크공항에 무사히 수동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용의자는 현재 사우디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UAE로 이송돼 이스라엘과 UAE의 합동 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스라엘인과 UAE, 아브라함 협정을 겨냥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지하디스트)의 테러 공격 시도”라고 평가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이스라엘이 2020년 UAE 등과 국교를 맺은 합의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승객이 대부분이 UAE 항공사가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란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에 “이번 공격의 배후를 밝혀내고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조종사 한 명이 다른 조종사를 찌르고 승객들과 함께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안보당국은 용의자인 부기장이 오만 국적자며, 부기장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오만 외무부는 즉각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한 플라이두바이 소속 조종사는 이스라엘 현지 방송에 “(용의자는) 종일 지나치게 기도를 많이 했으며, 여성들과 악수하는 것조차 거부했다”며 그가 종교적 극단주의 성향을 띠고 있었다고 말했다.
흉기에 크게 다친 기장은 인도 국적의 스미트 마차르로, 사우디 주재 인도 대사관은 그가 타부크의 한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CNN에 “(기장의 분투가) 9·11 테러와 같은 참사를 막았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엑스(X)에 “마차르는 영웅이며, 인도는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FZ1073편에 타고 있던 다른 승객들은 이날 오후 플라이두바이가 제공한 대체 항공기를 타고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돌아왔다. 일부 다친 승객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플라이두바이는 사건 이후 이스라엘 왕복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으며, 이스라엘 정보 당국의 보완 조치가 완료된 뒤 비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