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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모든 동맹은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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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은 국제법도 뒤집지만
약자는 따져볼 여유조차 없어
미래 韓·美동맹 잘 조망하려면
현재의 동맹부터 잘 이해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요구한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사실 이제까지 이 동맹조약에 따라 한국이 해외에 파병한 적은 없다. 월남파병처럼 해당국의 요청이나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파병뿐이었다. 다만 한국의 대통령이든 실무외교관이든 미국의 요구를 “노”라고 거절하기는 어려운 것이 안보현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전쟁 직후 폐허상태였던 한국이 초강대국인 미국에 사정해서 겨우 체결한 ‘기이한’ 동맹조약이다. 형식은 대등하게 상호원조하는 거래적 동맹조약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한국을 북한의 남침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일방적 안보공약이었다. 주한미군은 안보공약의 징표였다. 법적으로 따질 것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력 신장에 따라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분담협정(SMA)이나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법적으로 따질 일들이 생겼다. 트럼프가 동맹을 거래라고 언급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동맹은 원래 거래다. 역사상 모든 동맹조약은 이기적이고, 동시에 호혜적인 조약이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

각자도생과 포괄적 경제안보의 시대에는 안보문제도 냉전시대의 세계적 차원의 대립에서 지역화된 대립으로, 또는 개별적 파편화된 분쟁이라는 인식으로 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은 인공지능(AI)과 드론을 무기로 활용하는 새로운 전쟁패턴을 드러냈다. 물류 공급망의 안전과 기술 협력이 중요한 안보문제가 되었다. 또한 양대 초강대국 간 ‘상호확증파괴(MAD)’로 알려진, ‘파괴능력으로 억제한다(deterrence by destruction)’는 핵안보 개념도 변했다. 요격에 의해 ‘핵공격을 차단하는 억제(deterrence by denial)’가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확장억제의 개념도 변하고 동맹의 역할도 당연히 변할 것이다.

과거 미국 민주당정부에서 아시아외교를 주도했던 커트 캠벨은 ‘Foreign Affairs’지의 최근호에서 트럼프의 폭정과 러시아와 중국의 침략적 행태가 동맹을 재편성하는 “전환적 기회”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결론은 미국의 동맹국들에는 미국과 연대하여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안보선택일 것이므로, 장차 미국과 더 강한 동맹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퇴장할 때까지 각자가 잘 버티라는 것이다.(Fake it till you make past Trump)

미래의 한·미동맹을 잘 조망하려면 우선 현재의 동맹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일방이 ‘태평양지역’에서 ‘제3국의 공격을 받는 경우’ 상호 원조한다”는, 고전적인 형태의 방어적 동맹조약이다. 어떤 나라든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적대국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은 이러한 동맹의 성격과 법적 의무를 중국에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북핵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핵억제전략은 물론 경제·기술 및 방산 등 포괄적 안보협력도 한·미동맹의 주요 미래 과제다.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도 중요한 미래 과제다. 휴전협정의 서명자인 유엔군사령관의 지휘하에 있던 한국과 참전국들, 그리고 유엔사령관직을 위임한 유엔도 그 법적 당사자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 문제도 직접 연관된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도 유엔의 권능이 관련된다. 한·미동맹의 미래에 관한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서사(내러티브)와 레토릭이 필요하다.

한국의 언론과 학계는 “미국이 한국을 보호해 주었으니 한국은 미국에 보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미 간 이견 차이가 조금만 보여도 ‘동맹의 위기’라며 정부를 비판한다. 그러나 “포괄적 전략동맹”은 미국이 요구한다고 한국의 의무를 무한정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동맹조약의 조문이 아무리 구체적이고 명확해도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행될지는 모호하기 마련이다. 강대국은 공약과 국제법도 간단히 뒤집을 수 있지만 약한 자는 법적으로 따져볼 여유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법 상태와 현실을 따져보지도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한국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자기들끼리 대립하고 싸울 것이다. 동맹의 발전은 현실을 감안하되, 미·일동맹처럼 법규범 절차와 문서화를 통해 진행되어야 한다.

 

이현주 전 오사카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