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창의적 발상에 따라 새로운 단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어떤 신조어가 유행하는지를 보면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반응하는지 엿볼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밈(meme)과 예능, 해외 언어유희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신조어의 생성과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MBTI를 지나치게 중시해 처음 만난 사람까지 성격 유형으로 판단하는 이를 빗댄 ‘엠비스찬’,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내실은 부족한 사람을 뜻하는 ‘테무인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신조어는 ‘축약’에다 ‘혐오’와 ‘조롱’이 섞이는 추세다. ‘틀딱’은 ‘틀니’와 ‘딱딱’에서 나온 표현으로 나이가 많거나 사고방식이 경직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영포티’ 역시 한때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온라인에서는 젊어 보이려 애쓰는 중년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신조어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유머로 소비되지만, 점차 특정 세대나 집단을 일반화하는 언어로 굳어진다. 일부의 행동을 전체 세대의 특징처럼 왜곡하며, 개인이나 집단 전체를 향한 옹호 내지는 공격으로 변질된다. 이 과정에서 나이와 세대가 하나의 낙인이 되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구분하고 배제하는 분위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언어가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도구가 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지지자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많이들 함께해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좌아’(坐衙)는 한자어로 ‘벼슬아치가 관아에 출근해 집무를 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진보 지지층 커뮤니티에서는 ‘우아하다’의 ‘우’(右) 대신 ‘좌’(左)를 넣어 언어유희로 쓰인다. 대통령이 이를 직접 사용한 것은 지지층과의 친밀감을 높이고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공유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지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정치적 밈을 대통령이 직접 차용하는 순간,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 내지는 편 가르기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커진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 무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