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투자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은 한국의 투자 규모가 500억달러 이상이라고 못 박았다. 투자 여부나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법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로 ‘워킹(working·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미가 어제 공동발표한 팩트 시트(공식 설명문)에도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고 투자금액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성과를 부각하려 알래스카 투자를 기정 사실화하는 모양새인데 걱정이 크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엑손모빌 등 미 석유메이저기업조차 손을 뗄 정도로 위험천만한 사업이다. 혹한을 뚫고 1300㎞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해야 하고 영구동토층 지반 침하, 겨울철 3~4개월에 불과한 작업 공기 탓에 공사비 폭증이 다반사다. 사업비가 애초 추정치보다 10% 늘어났는데 건설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러트닉 장관은 파이프라인 건설에 3년 걸리고 5년 뒤 LNG 수출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지만 미덥지 않다.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거세도 혈세를 부실사업에 퍼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1, 2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발전소와 대형 원전 건설은 이견이 적다. 한국의 투자액은 예상대로 각각 223억달러, 1200억달러로 결론 났고 원전의 경우 8기 중 2기는 한국형 원자로(APR1400)로 채우기로 했다. 프로젝트별 개별정산 요구에도 모든 사업 간 손익을 상쇄하는 ‘우산형 수익배분’을 지켜낸 건 다행스럽다. 일부 사업이 손실을 내더라도 다른 곳에서 절반씩 나누는 수익 배분 기간이 연장되고 문제 발생 때 사업계획과 예산도 수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여당은 “좋은 결과” “국익을 지켰다”고 했지만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후속협상에서 끝까지 합리적 사업성 원칙을 지켜 국익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다. 개별 사업마다 공사비 증액 위험부터 현지 인허가 및 현지금융, 전력·LNG 구매, 국내기업 참여범위 등까지 독소조항이 없는지 면밀히 따지고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미투자를 계기 삼아 얽히고설킨 통상·안보현안을 푸는 데 정책·외교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