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절차도 너무 많고 돈도 아까워서 결혼식을 굳이 해야 하나 싶어요.”
결혼을 계획 중이지만 예식은 올리지 않겠다는 송모(26)씨는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송씨는 “요즘 결혼식이 너무 공장 같아서 별로 감동도 감흥도 없다”며 “점점 누굴 위한 예식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송씨는 대신 간단한 웨딩 촬영을 하고 인스타그램으로 결혼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그는 “여전히 부모님은 결혼식을 원하지만 나중에 축의금이 필요하다면 돌잔치를 대신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비용 부담과 결혼식 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가 겹치며 예식 자체를 생략하는 ‘노 웨딩(No-Wedding)’이 청년세대 사이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스몰 웨딩 넘어 ‘식 생략’으로…노 웨딩 선택한 청년들
노 웨딩은 말 그대로 예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로 부부생활을 시작하는 형태를 말한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엽서를 만들어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하객 수를 줄인 스몰 웨딩이 퍼진 뒤 최근에는 식 자체를 생략하는 방식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노 웨딩을 선택한 부부의 후기가 다수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유튜버는 “결혼식 비용을 아껴서 미래 자금에 투자하고,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두 사람만의 의미있는 시간을 중시하며 예식 준비 과정의 시간적·정신적 부담을 줄이고 싶어 노 웨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4년 미혼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결혼 인식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예식 진행 관련 설문조사에서 ‘상대와 의견이 맞으면 생략해도 된다’는 응답이 37.8%로 가장 높게 나왔다.
식을 진행하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더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싶어서(40.7%)’, ‘형식과 절차가 번거로워서(29.7%)’, ‘예식 비용 부담이 커서(25.2%)’ 등이 꼽혔다.
◆예식장에만 수천만원…비용 폭등이 부른 ‘노 웨딩’
노 웨딩이 새로운 결혼 문화로 부상한 이면에는 코로나19 이후 감소한 예식장 수와 급등한 결혼 비용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22년 19만1690건까지 떨어졌던 혼인 건수는 미뤄졌던 결혼 수요와 1990년대생의 혼인 적령기 진입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24만326건까지 늘어났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23만9159건) 수준까지 회복된 셈이다.
반면 예식장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수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2019년 890곳에서 2024년 714곳으로 급감했다. 지난 6월 763곳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이같이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고물가까지 맞물리며 예식 비용(대관료·식대)이 급등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강남권의 평균 예식장 대관료와 기본장식비는 984만원, 식대는 2048만원이다. 전국 기준으로도 예식장에만 540만원, 식대에는 1358만원이 들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2026 결혼비용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이 치른 평균 예식홀 비용은 1460만원으로, 2021년(896만원)과 비교해 63% 가량 치솟았다. 여기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비용과 불투명한 추가금까지 더해지면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10명 중 7명 “결혼식 문화 과도”…“안 하는 커플 현명해”
결혼식을 바라보는 인식과 가치관 변화도 노 웨딩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의 76.8%가 결혼식 문화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약간 과도한 편’ 45.9%, ‘매우 과도한 편’ 30.9%). 특히 30대(39.6%)와 20대(33.9%)는 ‘매우 과도한 편’이라고 답한 비율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실속형 결혼 문화는 해외에서도 뚜렷한 추세다. 일본에서는 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거나(나시혼) 사진 촬영으로 대신하는(포토혼) 방식이 확산했고, 미국에서도 하객 수를 50명 이하로 줄인 ‘마이크로 웨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 온라인 상에서도 노 웨딩이 청년들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결혼식 비용만 아껴도 신혼살림이 많이 좋아진다”, “노웨딩 하는 커플들이 현명해보인다”, “요즘 젊은이들은 허례허식이 심한 결혼문화에 문제의식이 많던데 아주 좋은 현상이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다만 “결혼식은 본인들만의 행사가 아니다”, “부모님이 뿌린 축의금이 있어서 더 큰 손해다”, “부모님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부모 세대와의 소통과 조율은 남은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