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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눕는 절벽 끝·형제섬 너머 한라산…‘바다를 걷는 길’제주 송악산 [여행+]

제주 서귀포 대정읍, 송악산 둘레길 2.8㎞
송악산 해안 절벽 위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바다 건너로 산방산이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송악산 해안 절벽 위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바다 건너로 산방산이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오르막을 오르지 않고 바다만 보며 걷고 싶은 날 찾는 곳이 있다. 제주 남서쪽 끝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의 송악산 둘레길이 그런 걸음에 맞는 길이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 길은 분화구를 가운데 두고 원을 그리며 도는 2.8㎞ 순환 코스다. 해안 절벽을 따라 나 있고 완만한 이 구간은 제주올레 10코스가 이 길을 지난다.

 

절벽 단면에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층이 드러나 있다. 바다 건너는 산방산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절벽 단면에 화산재가 겹겹이 쌓인 층이 드러나 있다. 바다 건너는 산방산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 분화구 안에 분화구가 또 있다

 

송악산은 두 번 터진 화산이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에 따르면 바깥쪽 응회환이 지름 약 500m의 제1분화구를 이루고, 그 안쪽에 솟은 스코리아콘이 둘레 약 400m, 깊이 69m의 제2분화구를 만들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분화구 안에 분화구가 하나 더 들어앉은 모양인데, 표고는 104m, 비고는 99m다. 둘레는 3115m, 면적은 58만5982㎡다.

 

이름의 내력은 여럿이다. 소나무와 관련됐다는 설명이 있고, 화산 쇄설물인 스코리아를 제주에서 ‘송이’라 부르는데 이 오름에 송이가 많아 ‘송오름’이 됐다는 풀이도 있다. 민간에서는 절울이, 저별이악, 저벼리오름으로도 불렀다.

 

두 번의 분출이 쌓아 올린 지층은 해안 절벽 단면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누런 화산재가 얇은 줄로 겹겹이 누웠고 그 사이사이에 검은 돌덩이가 박혔다.

 

◆ 그 절벽 아래 동굴 15기

 

절벽 아래에는 동굴이 뚫려 있다. 국가유산청에 등록된 국가등록문화유산 ‘제주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진지’다.

 

2006년 12월 4일 등록됐고 수량은 동굴 15기, 면적은 9096㎡다. 시대는 1945년쯤으로 적혀 있다.

 

디지털서귀포문화대전은 이 동굴을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 해군이 만든 특공기지로 설명한다. 바다로 상륙해 들어오는 미군 상륙정에 잠수정이나 작은 목조 보트로 폭탄을 싣고 돌진하기 위한 시설이었다.

 

굴착은 1945년 2월 시작됐고 진해경비부 소속 제201부대가 공사를 맡았으며 제주도 주민들도 작업에 동원됐다.

 

굴 길이가 가장 짧은 것이 6.15m, 가장 긴 것이 57.3m라고 적고 있다. 벙커 2개소와 유도로 시설 1개소도 함께 있다.

 

앞바다에 형제섬이 떠 있고 그 너머로 한라산 능선이 이어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앞바다에 형제섬이 떠 있고 그 너머로 한라산 능선이 이어진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 형제섬 너머로 한라산이 눕는다

 

길은 내내 바다를 끼고 간다. 풀이 바람에 눕는 절벽 끝에 서면 앞바다에 형제섬 두 덩이가 떠 있고 그 너머로 한라산 능선이 길게 누웠다. 고개를 반대로 돌리면 산방산이 통째로 보인다.

 

맑은 날에는 가파도와 국토 최남단 마라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절벽 아래로는 파도가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둘레길에서 내려다본 포구와 방파제. 그 너머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함께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둘레길에서 내려다본 포구와 방파제. 그 너머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함께 보인다. 사진=한국관광공사(천건엽) 제공

◆ ‘바다를 걷는 길’

 

송악산 둘레길 한 바퀴는 평지에 가깝다. 길 한쪽은 바다로 열려 있고 다른 쪽은 오름 사면이다. 절벽 위 구간에는 난간을 두른 덱길이 놓여 있다.

 

길 들머리 쪽에는 포구가 있는데, 방파제가 바다로 길게 뻗어 있고 그 너머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함께 보인다.

 

한편 송악산 정상부와 정상 탐방로는 오름 식생 복원과 보전 관리를 위해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돼 2027년 7월 31일까지 출입이 제한된다. 둘레길은 그대로 걸을 수 있으며,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