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밤, 미국 워싱턴 백악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위한 국빈 만찬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11년 만의 시 주석 국빈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테이블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자리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AMD의 리사 수, 애플의 팀 쿡이 양국 정상 부부와 같은 메인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중국 기업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만찬 참석자는 134명이었고, 이 가운데 중국 측은 19명, 모두 관료들이었다.
당초 외신들은 이번 국빈방문에 중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때 미국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머스크와 팀 쿡,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등은 여러 일정과 인민대회당 연회에 참석했다. 그래서 워싱턴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기업인들의 백악관 만찬 참석 문제는 정상회담 직전까지 논의됐지만 결국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SCMP는 양국 간 소통 부실, ‘상호주의’에 대한 해석 차이, 그리고 중국의 대미 투자를 둘러싼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점 등이 겹쳐 벌어진 일이라고 전했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기업인 초청 구상을 먼저 제안한 것은 미국이었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이를 트럼프의 5월 방중에 대한 ‘상호주의’ 차원에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기업인들이 베이징 일정에 동행했던 만큼, 이번에는 중국 기업인들에게도 비슷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중국도 원칙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어떤 회의가 예정돼 있는지, 공식 일정은 무엇인지, 기업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게 되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그런데 이후 미국 측의 답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측은 이를 단순한 실무 지연이 아니라 백악관이 중국 기업인들의 대표단 참석 자체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은 5월 트럼프 방중 때 동행한 미국 기업인들을 사실상 대표단의 일부로 여겼고, 시 주석 방미 때도 중국 기업인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봤다. 반면 워싱턴은 상호주의의 범위를 고위 관료급 의전과 초청 수준에 한정하려 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투자 협의 역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기업인들의 만찬 참석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실제 투자 성과와 맞물려 있는 문제인데, SCMP에 따르면 양측은 배터리를 포함해 방미 성과로 발표할 투자안들을 논의했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워싱턴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미국 자동차 업계와 의회가 중국 자본의 진출을 경계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폭스뉴스에서 “중국이 미국에 공장을 세워 차를 만든다면 나는 괜찮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행정부와 정치권 내부 분위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이번 사안에서는 트럼프조차 행정부는 물론 자기 당까지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정상회담 이후 추진해온 양국 간 투자 협의체, 이른바 ‘투자위원회’(Board of Investment) 구성을 둘러싸고도 양측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은 기업인들의 만찬 참석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았다. 정부는 협상이 성사될 경우에 대비해 일부 기업에 “언제든 워싱턴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SCMP에 따르면 시 주석 도착에 앞서 중국 CEO 소규모 그룹이 공식 수행단보다 먼저 워싱턴에 가 있었다. 닛케이아시아도 BYD와 샤오미를 포함한 일부 기업 수장들이 워싱턴에 도착해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BYD, CATL, 샤오미, 고션, 하이센스, 완샹그룹, 중국은행 등이 중국 측 경제인 대표단 후보군으로 거론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끝내 만찬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국빈방문 사흘 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뉴욕 JP모건 본사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나 정상회담 성과물을 조율했을 때도 중국 기업인 대표단 문제가 거론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만찬 하루 전 워싱턴 세계은행 사무소에서 열린 후속 협의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소식통은 중국 측이 국빈방문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아 이 문제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성과에 상관없이 중국 기업인들이 국빈 만찬에 참석했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엄청난 소프트파워의 승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계약 성사 여부와 별개로, 중국의 대표 기업인들이 백악관 국빈만찬에 대거 등장하는 장면 자체가 베이징에는 외교적 상징효과가 큰 장면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싱턴은 끝내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실질적 성과는 빈약했다는 평가와 함께 기업인 불참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뒷말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