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KBO리그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딱 두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영역이다. 양의지(두산)와 강민호(삼성). 두 선수가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양의지가 9회(2014~2016, 2018~2020, 2022~2023, 2025), 강민호가 6회(2011~2013, 2017, 2021, 2024) 수상했다. 강민호는 2008년에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통산 7회 수상에 빛난다. ‘양(의지)·강(민호)’ 체제 이전 마지막 수상자는 2010년의 조인성(당시 LG)이 28홈런(3위), 107타점(3위)으로 수상했다.
‘양강 체제’를 끝낼 유력 1순위 후보자는 LG의 박동원으로 보였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낸 박동원은 지난 3년간 양강 체제를 끝낼 수 있느냐로 주목받았지만, 기자단 표심은 그를 끝내 외면했다. 그리고 올 시즌엔 타율 0.227 12홈런에 그치며 이미 골든글러브 수상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2026년, 15년간 공고했던 양강 체제를 끝낼 것이 유력한 선수가 탄생했다. 베테랑이 아니다. 풀타임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2003년생의 젊은 포수다. 2022시즌에 데뷔했으나 군 복무를 마치느라 아직 신인왕 자격도 갖추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 한화의 주전 안방마님으로 자리매김한 허인서가 그 주인공이다.
1일까지 허인서의 성적표는 더 없이 화려하다. 124경기 출전 타율 0.285(390타수 111인타) 20홈런 76타점. OPS는 0.829. 1989년 유승안(21홈런) 이후 한화 포수는 무려 37년 만에 단일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포수는 딱 둘이다. 허인서와 양의지. 양의지는 타율 0.253(431타수 109안타) 22홈런 77타점 OPS 0.804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타율 0.337로 타격왕을 차지한 양의지답지 않게 타율이 2할5푼대에 그치고 있는 게 이례적이다. 덕분에 허인서가 파고들 틈이 생겼다. 홈런 2개 차이로 허인서보다 위지만, 타격 성적에서는 허인서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
두 선수 중 포수 골든글러브를 누가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허인서여야 한다. 둘의 포수 수비이닝이 300이닝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허인서는 1일까지 포수로 884.2이닝을 소화했다. 올 시즌 KBO리그 포수 중 1위다. 반면 양의지는 10개 구단 주전 포수 중 수비이닝이 567.1이닝으로 꼴찌다. 두산이 1일까지 소화한 1230.2이닝 중에 양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쓴 게 절반도 되지 않는다.
포수 및 야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720이닝을 소화해야만 수상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남은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양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써도 720이닝을 채울 수 없다. 애초에 양의지는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조차 갖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강민호 역시 올 시즌엔 포수 수비이닝은 624이닝밖에 되지 않아 720이닝을 채울 수 없다. 2011년부터 이어져온 양강 체제는 두 선수들이 스스로 허물어버린 셈이다.
양의지와 강민호가 수상 자격조차 잃어버린 무주공산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허인서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격을 채운 선수 중 수비력에서는 허인서보다 나은 선수들이 더 있을지 몰라도 타격 성적에선 허인서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던 한화는 올 시즌 9위로 추락했다. 그래도 하나 위안거리가 있다. 골든글러브 포수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