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한반도 해역을 지킬 주역들이 모습을 드러낼 채비를 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진행된 해군력 증강 정책으로 해군은 광개토대왕급·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등을 갖추면서 본격적인 원거리 교전 능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전력 구조를 토대로 해군은 2030년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과 무인수상정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들 무기체계는 첨단 기술을 갖춘 국산 무기라는 점에서 해군력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글로벌 트렌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DDX 전투체계 등 개발 지속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해군 함정 분야 예산에서 KDDX 관련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KDDX는 총사업비 약 7조8000억 원을 투입해 7000t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대형 사업이다.
미국산 이지스 전투체계를 비롯한 선진국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 핵심 장비를 국내에서 개발, 탑재할 예정이다.
KDDX에서 신경망 역할을 수행할 전투체계 개발은 2020∼2030년 6750억원을 들여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이뤄진다. 내년 예산에는 약 293억원이 배정됐다.
KDDX 전투체계는 국내개발 센서 및 미사일을 통합해 이지스함처럼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등의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전투관리체계, 통합마스트,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 전자광학추적장비, 적외선탐지추적장비, 무장통제장비 등으로 구성된다.
함교 위의 최상단에 설치되는 통합마스트에는 4면 고정형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각종 안테나, 센서가 탑재됐다.
4면 고정형 레이더는 기존의 회전식 레이더에 비해 사각 지대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다. 다만 레이더 간섭 문제로 4면에서 동시에 레이더를 가동하기가 쉽지 않다.
KDDX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4면 동시 운용이 가능하도록 레이더 빔을 사용하는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KDDX 전투체계는 육상시험체계에서 개발시험평가 및 초도운용시험평가를 통해 성능을 입증한 후 함정에 탑재해 후속운용시험평가를 수행해서 성능을 최종 확인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내년 1월까지 육상체계통합시험을 하고, 같은해 8월까지 개발시험평가를 진행한다.
2029∼2031년 함설치 및 해상체계통합 작업을 실시하며, 2032년까지 후속운용시험평가를 거친다.
전투체계와 더불어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소나(음파탐지기) 개발도 2020∼2030년 약 1882억원을 들여 진행된다.
2024년에 시제제작이 이뤄졌으며, 내년 3월까지 최초운용시험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2029∼2031년 함설치 및 함상체계통합 작업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방위사업청이 한화오션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계약을 맺은 KDDX 건조 사업도 군용위성항법장비 계약금 등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다.
◆글로벌 트렌드와 맞나
해군은 첨단 기술을 확대하면서 KDDX처럼 새로운 형상의 함정을 확보하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선진국 사례와 비교할 때,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최근 세계 각국에선 검증된 선체를 활용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최고 수준의 성능을 지닌 함정보다는 전력화 일정을 지킬 수 있는 검증된 설계에 주목하는 기류다.
미국은 비용 상승과 일정 지연 등의 논란을 겪었던 컨스털레이션급 호위함 추가 건조를 중단하고 해안경비대의 레전드급 경비함 설계를 토대로 신형 함정을 만들 방침이다.
독일도 비용와 일정 문제 등을 이유로 신형 F126 호위함 계획을 취소하고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의 MEKO A-200 설계로 전환했다.
노르웨이는 영국산 26형 호위함을, 호주는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을 선택했다. 둘 다 기술적으로 검증이 이뤄진 선체다.
함 내 함대공미사일 재고 증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정 해역에서 지속적인 자폭드론과 대함미사일 공격이 발생하면, 함대공미사일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해상에서 미사일을 재장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함대공미사일을 소진한 전투함은 기지로 복귀해 미사일을 보충해야 한다.
이는 작전 해역에서의 전력 공백 우려를 높인다. 따라서 전투함에 함대공미사일을 최대한 많이 적재하고 임무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전투함 대형화가 필수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선 전투함 크기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급 전함 건조를 선언했고, 일본은 1만2000t짜리 이지스 탑재함(ASEV)을 만들고 있다. 중국도 1만3000t급 055형 구축함을 운용한다.
함정에 통합전기추진체계(IEPS)를 구축하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함정 내 전자장비 비중이 늘어나고, 드론·미사일 요격을 위해 레이저와 전자전 장비 사용 증가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KDDX는 7000t급 신형 함정이다. 미국·독일·호주가 기존 사업 대신 검증된 선체를 활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KDDX에 탑재될 함대공미사일 재고도 기존보다 늘리거나, 레이저·전자전·드론방호체계를 추가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DDX는 세계 각국 해군에서 주목하는 IEPS를 탑재할 예정이므로, 유사시 고가의 함대공미사일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레이저 등의 무기 채택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KDDX의 실전배치에 대비해 함대 구성 및 임무 분담 등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KDDX는 미국 이지스 전투체계 핵심인 협동교전능력(CEC)의 한국 수출 거부에 따른 대안으로 국산 해상통합방공체계를 탑재한다.
함대 방공 등에서 KDDX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고, 세종·정조대왕급 이지스함과의 연계 등 고려 사항이 많다는 점에서 KDDX의 운용방법을 해군 차원에서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정 분야 신규 사업, 어떤 게 있나
내년도 국방예산안에는 KDDX 외에도 다양한 함정 분야 사업들이 새롭게 포함됐다.
우선적으로 눈에 띠는 것이 잠수함 구조함 배치Ⅱ다.
내년부터 2032년까지 약 7524억원을 들여 노후한 잠수함구조함(청해진함)을 대체하게 된다. 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7월쯤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연구개발도 내년 예산안에 신규 반영됐다.
2032년까지 458억원을 투입해 경비정, 무인수상정, 무인기와 근접전을 벌일 때 사용할 20㎜ RCWS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내년엔 개발 착수금 2억원이 반영됐다. 내년 9월까지 입찰공고와 계약 체결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은 최근 자폭·정찰드론을 개발·생산하고 있고, 수년 전엔 무인수상정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북한이 무인수상정 및 무인기를 앞세워 해군 함정을 타격할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함정 탑재·운용이 쉬운 RCWS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단독 또는 유인 함정과 함께 감시·정찰·전투 임무를 수행할 전투용무인수상정 연구개발도 신규 사업에 포함됐다.
2036년까지 약 8986억원이 투입되어 2032년 말까지 전력화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안에는 166억원이 반영됐다.
해군이 운용하진 않으나, 연안 방어작전에서 필수 전력으로 꼽히는 육군경비정Ⅱ도 신규 사업으로 포함됐다.
2029년간 485억원을 투자해 노후한 기존 육군경비정을 신형으로 교체, 고속기동 및 주·야간 타격 능력이 향상된 함정을 확보해서 해안경계작전 능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도시 지역 수색작전에 필요한 병력 수송 능력도 갖춘다. 내년 예산안에 약 5억원이 반영됐다.
1998∼2001년 전력화된 기존 경비정은 약 30년간 사용하면서 기동능력 등이 저하되고 있었다.
경비정 중 일부는 퇴역했고, 남은 함정은 모두 수명연한을 초과했다.
특히 엔진이 단종되어 정비비가 상승하고, 정비에 1년 이상이 소요되어 전력공백이 발생하고 있어 군 당국은 육군경비정Ⅱ 사업의 빠른 착수를 원하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