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에 대한 역사왜곡논란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로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들이 광고 모델로 내세운 브랜드를 향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불매운동까진 과하다는 비판도 일지만, 불매 운동을 주장하는 측은 비판 여론에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비판하는 이들은 ‘공정’을 이유로 내세운다. 5.18 왜곡 논란으로 스타벅스가 불매운동을 당했던 것처럼, 이번 논란으로 인한 불매운동도 업체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영화 암살자(들)에 출연한 배우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한 브랜드에 대해서 불매 운동이 한창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영화를 보지 않는 불매를 넘어, 연관돼 있는 제품 까지 거부하려는 움직임으로 커지는 것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총을 쏴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다.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겨 일각에서 역사 왜곡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불매 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은 배우 유해진이 광고하는 햄버거 브랜드와 이민호를 글로벌 모델로 내세운 치킨브랜드를 타깃으로 삼았다.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연일 불매하자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회사 앱에서 회원 탈퇴를 한 뒤 이를 인증하는 사진도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배우들을 공격하며 불매 운동을 전개하려는 측과, 반대로 이들을 옹호하며 버거와 치킨 구매 인증을 이어가는 측의 싸움까지 벌어지며 격론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SNS에 햄버거 불매하자며 글을 올린 한 사용자는 “왜곡영화 주연배우를 광고 모델로 쓰는 브랜드를 불매한다”며 “우파가 본떼를 보여줘야한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은 ‘친중 음모론’까지 확산시키는 모습이다. 이들은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등장한 버거 브랜드의 한국지사 최대주주가 홍콩계 사모펀드”라며,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회사라 배우를 감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똥이 튀자 업체들은 몸을 사리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유해진이 광고하는 버거 브랜드 측은 직접적 언급을 피했지만, 유해진이 브랜드 전체 모델이 아니며 해당 제품 판매 기간에만 활동하는 단발성 계약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은 이달 안에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호가 글로벌 모델로 발탁 된 치킨 브랜드의 경우 이민호가 올해 초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글로벌 모델로 발탁됐지만, 재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계약 기간 만료일은 지난 8월 31일로 영화 개봉 이전에 이미 이민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 이슈와 결합... 스타벅스도 당했다, 당신들도 감수하라
영화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배우를 향한 인신공격과 불매운동은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측은 비판에 오히려 맞서는 양상이다. 특히 불매운동 진영 중 젊은 세대는 ‘공정 이슈’와 결합해 불매 운동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피력한다.
이들이 예로 내세운 것은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에 열었던 ‘탱크데이 이벤트’가 5·18과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유족과 광주시민들이 반발했고, 전국적으로 불매 움직임도 일었다. 스타벅스 매출은 급감했고, 논란은 그룹 차원의 사과로 이어졌다.
암살자(들) 불매운동을 이끄는 이들은 스타벅스가 잘못됐다면, 이번 논란에 연루된 브랜드도 스타벅스와 같이 ‘합당한’ 대가를 치루라고 강조한다. 한 네티즌은 “스타벅스는 무조건 잘못이고, 암살자(들)은 표현의 자유”냐며 “왜곡 논란을 일으켰다면 불매운동도 감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배우들을 향한 공격이 과하다는 비판에는 ‘배재고 사태’를 예로 들어 반격한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지난 6월 광주일고와의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란 응원가를 불렀다 곤욕을 치뤘다. 야구부 학생들은 사과와 묘역 참배, 역사교육에 이어 징계를 받았고, 응원을 주도했다고 알려진 선수 2명은 야구를 관뒀다. 고등학생들도 이렇게 혹독한 댓가를 치뤘는데, 배우들은 왜 비판받으면 안 되느냐가 주된 논리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암살자(들) 감독, 배우, 관계자들이 박정희 대통령님 묘역에 강제 참배 당하길 했나. 박근혜 대통령님께 강제 사과하기를 했나. 육영수 여사님에 대한 강제 역사 교육을 받기를 했나”라고 적었다. 이어 “위의 것을 다 하고도 징계받고, 영화를 그만 두기를 했나”라며 “고등학생들은 이미 다 했다”고 했다. 이는 배재고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