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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신지 마세요”…금메달 3개 일군 사격 대표팀의 밀착 관리법 [아시안게임]

금 3·은 5·동 4개 수확…2022 항저우보다 종합 순위 한 계단 상승
이건혁, 속사권총 개인·단체전 석권…한국 선수 12년 만의 기록
숙소·이동·식사부터 보안까지 관리…국내 훈련 인프라는 과제로

[나고야=권준영 기자] 한국 사격 대표팀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하며 직전 대회보다 한 계단 올라선 종합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대 위의 정확한 격발만큼이나 눈길을 끈 건 사대 밖의 촘촘한 관리였다. 대표팀은 선수들이 경기 외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생활 전반을 세세하게 관리했다.

 

장갑석 사격 대표팀 총감독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25m 권총 예선에서 탈락한 양지인과 오예진을 위로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장갑석 사격 대표팀 총감독이 28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25m 권총 예선에서 탈락한 양지인과 오예진을 위로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대한민국 송종호(왼쪽부터), 이건혁, 윤서영이 1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대한민국 송종호(왼쪽부터), 이건혁, 윤서영이 1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도요타=뉴스1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금메달은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나왔다. 추가은(임실군청)은 지난달 23일 결선에서 246.3점을 쏴 아시아 신기록으로 선수단 첫 금메달을 안겼다. 공기권총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보태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마지막 날에는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금메달 2개가 잇따라 나왔다.

 

송종호(IBK기업은행), 이건혁, 윤서영(KB국민은행)은 단체전에서 중국을 9점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이 종목 단체전에서 우승한 것은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이어진 개인전에서는 이건혁이 중국의 쑤롄보판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금메달을 추가했다. 한 대회에서 속사권총 개인·단체전을 모두 석권한 한국 선수도 2014년 김준홍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기록했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 금 2개, 은 4개, 동 8개로 종합 4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은메달을 하나씩 늘리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당초 내건 금메달 5개, 은메달 9개, 동메달 5개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장갑석 총감독이 대회 기간 선수단에 적용한 엄격한 생활 수칙이 있었다.

 

한국체대 교수 출신인 장 총감독은 대표 선수들에게 대회 기간 지켜야 할 11개 준수사항을 공지했다. ‘기내 이외에는 운동화 착용 유지’라는 원칙 아래 슬리퍼와 크록스 착용을 금지했고, 음주와 남녀 선수 간 방 출입도 막았다.

 

외국인이 건네는 음식과 음료를 먹지 않도록 했고, 숙소에는 오후 9시까지 돌아오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실탄을 포함한 수화물을 철저히 점검하고, 해킹 우려를 이유로 공용 충전 케이블 사용도 제한했다.

 

복장과 숙소 생활은 물론 음식물 섭취와 수화물, 전자기기 사용까지 관리한 것은 대회 기간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동 과정도 관리 대상이었다.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의 사격장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해 대한사격연맹은 대회 3일 차부터 14인승 전용 미니버스를 투입했다. 경기 당일에는 출전 선수와 코치 등 4명만 차량에 타도록 해 이동 중 불필요한 소음과 피로를 줄였다.

 

식사 역시 현장에서 보완했다. 지방연맹 회장단은 현지 음식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위해 라면과 김치 등을 따로 마련했고, 김현식 부회장은 선수단 격려를 위해 같은 식당을 사흘 연속 찾았다.

 

훈련에서는 경기장 환경에 대한 사전 적응에 공을 들였다.

 

장 총감독은 인천과 전남 국제사격장에서 현지 숙소와 경기장 사이의 이동 시간을 고려한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장 벽면 색상까지 현지와 맞추며 실제 대회에서 선수들이 마주할 환경을 미리 경험하도록 했다.

 

다만 소총 종목에서는 국내 훈련 환경의 한계가 드러났다. 국내에 실내 50m 사격장이 충분하지 않아 선수들이 현지 경기장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사격 인프라 확충이 향후 과제로 남은 이유다.

 

대한민국 송종호(왼쪽부터), 이건혁, 윤서영이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요타=연합뉴스
대한민국 송종호(왼쪽부터), 이건혁, 윤서영이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도요타=연합뉴스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을 마치자마자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다음 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선수권대회다. 이 대회에는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국가별 출전 쿼터가 걸려 있다.

 

아시안게임 해단식도 뒤로 미룬 채 곧바로 훈련에 들어가는 이유다.

 

장 총감독은 “목표치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직전 대회보다 성적을 끌어올린 것은 값진 성과”라며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과제를 잘 메워 도하 세계선수권과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연술 대한사격연맹 회장도 “선수들이 오직 사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연맹, 사무처가 한 팀으로 뭉쳤다”며 “타국에서 온 힘을 다해 싸워준 선수단과 성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