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와 비공개 합의 부인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이 사과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이 문제가 외교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양국 외교장관이 물밑 소통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사과를 포함한 갈등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2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빠른 사실 인정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고 "남북 간 군사 충돌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한다며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달 24일 엑스 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포로 송환 공개를 두고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썼던 것에 비하면 표현 수위가 확 올라갔다.
이는 최근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등에 비춰 우크라이나 측에 단순한 정치적 수사로만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부다노우 실장은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배우며 무장하고 있다"며 "자국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군의 참전 경험이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임을 부각하면서 러시아 침공의 위험성과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려는 목적이겠으나 한반도 정세를 자국 목적 달성에 이용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연일 우크라이나를 향한 불만 혹은 분노를 표출함에 따라 포로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외교 갈등이 가라앉기보다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 간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일방적 포로 송환 공개나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교 당국 간 조용한 물밑 외교와 타협점 모색도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를 포함해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발표할 것인가 등을 얘기해왔다"며 "수위 조절을 양국 외교장관이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장관과 문자 메시지로 수시 소통하면서 한국이 요구하는 수준, 우크라이나가 수용 가능한 범위 등을 협의하고 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상대측 체면 등에 대한 고려도 장관 간 논의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당국자가 전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도 전날 "우리 입장이 전달됐고 우크라이나 측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우크라이나가 알고 있고 양국 관계도 있기 때문에 관련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크라이나가 적절하게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시비하 장관 역시 이날 현지 매체를 통해 "이 상황이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국은 중요한 국가"라는 유화적 발언을 내놨다.
시비하 장관은 최근 며칠간 한국 외교장관과 매일 직접 연락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양국 고위급 레벨의 직접적인 외교 소통을 통해 긴밀한 협의가 오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형식이나 수위를 확언하기는 어려워도 우크라이나가 어떻게든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돌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요구했던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기고 유엔총회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서 보듯,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전황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당초 기밀 유지에 대한 합의가 명확히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측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연설 계획을 조현 장관에게 알려왔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때 연설의 내용까지는 알리지 않았다. 조 장관은 '연설이 비밀 유지를 깨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연설을 통해 포로 송환이 공개됐다.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는 윤석열 정부 시기부터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됐으며, 당시에도 양국 간 비공개를 전제로 한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는 게 고위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위 당국자는 추가 조치가 무엇인지는 현시점에서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로서는 우크라이나가 합의 사항을 어긴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우크라이나와 관계를 잘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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