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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뺑이 막으려 책임 전가" vs "환자 보호 장치는 빠져"… '응급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놓고 반발

119센터가 중증응급환자 이송 병원 지정에
의료계 "환자 수용 강제… 의료진 부담 커져"
환자단체 "사망·중대 피해 보상체계는 빠져"

일명 ‘응급실 뺑뺑이(미수용)’를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 모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는 치료할 여력이 없는 병원에 환자 수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책임 전가’ 법안이라고 반발한다. 환자단체는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줄인 것과 관련해 규탄하며 환자와 유족을 보호할 장치는 제외됐다고 지적한다.

 

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정기회) 10차 전체 회의에서 응급실 '뺑뺑이' 방지 법안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표결을 통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정기회) 10차 전체 회의에서 응급실 '뺑뺑이' 방지 법안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표결을 통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안은 중증응급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를 받을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지정된 병원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환자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지정받은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의료진에 대해선 형사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개정안에 관해 우선 시·도별 지역 이송 지침에 따라 병원을 정하고, 그런데도 환자를 받을 병원이 정해지지 않을 때 수용 병원을 지정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구체화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시설·장비·인력 등 응급의료 자원이 모두 운용 중이어서 추가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의료계는 개정안이 통과되자 즉각 반발했다. 응급실 과밀화의 배경인 배후 진료 역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환자 수용 의무를 강화하면 의료진 부담이 커지고 이는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응급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이송·수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나,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료 현장의 우려가 크다”며 “중증 응급환자의 수용 여부는 수술·시술 가능 여부와 전문인력, 배후 진료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여건은 시시각각 달라진다. 의료기관과 직접 소통하고 의료진 판단을 바탕으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빠지면 환자는 전원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지난달 응급의학과 전문의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93%가 개정안에 반대했다. 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의료진에게 책임과 처벌은 남겨둔 채 환자 수용 의무와 처벌 조항만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과밀화 해결과 인프라 개선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반면 환자단체는 의료진의 형사책임 특례 확대와 달리 환자∙유족을 위한 보상체계는 미비하다고 비판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중증응급환자의 이송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병원을 지정하고,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거부·기피가 가능한 정당한 사유를 구체화한 것은 그동안 환자와 가족들이 요구해 온 응급환자 이송·수용체계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도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우 적용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형사책임 감면을 기존의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적 감면에서 ‘감경하거나 면제한다’는 필요적 감면으로 개정했다.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 아무도 수용하지 않아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거나 질환이 악화될 상태의 중증응급환자를 국가의 요청에 따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의료종사자를 특별히 보호하는 것과 모든 일반적인 응급의료행위에까지 일률적으로 형사책임 특례를 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체는 “더 심각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특별한 형사책임 보호는 강화하면서, 그 의료행위로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은 환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의 공적 보상체계를 함께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