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취임한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이 추진하는 신설 오케스트라 윤곽이 드러났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예술의전당으로부터 제출받은 ‘예술의전당 오케스트라 창단 및 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예술의전당은 단원 60명 규모의 전속 시즌 오케스트라를 내년에 창단·운영할 계획이다.
단원은 전국 4개 권역에서 공개 심사를 거쳐 예술의전당측이 직접 선발한다. 오디션 과정을 방송·영상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선발된 단원은 예술의전당 기획공연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연주하고 야외 오페라와 찾아가는 지역 공연 등에 참여한다. 예술의전당은 청년 예술인에게 일자리와 설 무대를 제공하는 한편 정기 멘토링과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문 연주자로서 역량을 키우겠다고 사업 취지를 밝혔다.
단원 기본 보수는 월 250만원 수준이다. 전체 사업비 50억원 중 단원 보수로 15억원이 책정됐다. 60명에게 월 250만원씩 10개월 지급하는 규모다. 내년 4월까지 최종 선발을 마친 뒤 4월24일 교향악축제 피날레 무대를 시작으로 활동하고 11∼12월 중 해단할 예정이다.
음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한시적 운영 방식으로 청년 연주자 육성이라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단원을 지속해서 교육·훈련할 체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신설 악단에 음악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짧은 기간 안에 합주력을 끌어올릴 리더십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관건이다.
핵심 쟁점은 청년 음악가 역량을 키운다는 사업 목표와 실제 운영 방식 사이 간극이다. 음악계에서는 청년 연주자를 키우려면 공연 참여뿐 아니라 지속적인 코칭과 파트별 훈련 등 성장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개된 계획은 선발한 청년 단원으로 시즌 악단을 꾸린 뒤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에 투입하는 구조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청년 오케스트라를 육성하려면 메인 오케스트라와 주니어 오케스트라가 역할을 나누는 등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장기적으로 키우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 계획은 공연장이 한시적으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공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는 교육과 공연 어느 쪽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 규모에 비해 무엇을 남길 수 있는 사업인지도 쟁점이다. 총사업비 50억원 가운데 레퍼토리 제작·공연비가 18억원으로 가장 많다. 단원 기본 보수 15억원, 오디션 심사·운영비 7억원이 뒤를 잇는다. ‘단원 교육 및 운영 지원’에는 4억원이 배정됐고 공연 영상화에도 3억원이 투입된다. 클래식음악계 관계자는 “예산 규모가 작다면 해볼만한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지만 50억원이면 정책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직접 지원받는 단원 수와 사업비 규모를 함께 봐야 하는데 큰 지출이 교육 시스템이나 조직 노하우 같은 자산으로 얼마나 축적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높은 수준의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과 청년 육성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기간 우수 연주자를 선발해 유명 협연자와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청년 연주자 성장과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설령 좋은 공연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이 사업의 의미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며 “50억원을 투입한 뒤 청년 음악가와 음악 생태계에 무엇이 남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 운영에 따른 인력 유지와 연주 완성도 확보도 변수다. 시즌 활동 중 시립·도립 교향악단 등 상설 악단 정규직 오디션에 합격한 단원이 이탈할 수도 있다. 공석이 생겨 다시 단원을 선발해야 한다면 짧은 기간 안에 안정적인 합주력을 구축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선발 과정이 실제로 새로운 청년 연주자에게 얼마나 넓은 기회를 제공할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공개 경쟁으로 실력 위주 선발을 하면 기존 오디션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갖춘 연주자들이 다시 뽑힐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 목적이 우수한 청년 연주자를 모아 공연하는 것인지 새로운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것인지부터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4개 권역에서 실시하는 공개 심사도 목적과 효과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권역별 심사를 실시하는 이유와 지역 음악계 연계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음악적 리더십 구성도 사업 성패를 가를 요소다. 오케스트라는 개별 연주자 기량뿐 아니라 상시 리허설을 이끌 지휘자와 악장, 파트별 수석과 코치진에 따라 합주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수개월 안에 교향악축제부터 야외 오페라까지 성격이 다른 레퍼토리를 소화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계획에는 지휘 체제와 악장·수석 선발 방식, 파트별 코칭 체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년 음악가에게 일자리와 무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나 50억원이라는 큰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단순한 ‘메가 이벤트’가 아니라 청년 연주자 성장을 위한 구체적 효과가 검토되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의전당측은 “현재 해당 사업은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 심의가 진행 중인 단계로 사업 추진 여부 및 예산이 최종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며 “향후 예산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세부적인 사업계획과 운영방안을 지속적으로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