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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체계 대전환… 시험대 오른 중수청·공소청·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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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차분·긴장 기관별 상반된 분위기…경찰선 "폭풍전야" 반응도
'무소불위' 비판 속 검찰청 폐지했지만…준비 부족에 '개문발차' 현실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등 시행으로 검찰청이 78년 만에 문을 닫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 분리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시행됐다.

대부분 수사는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기소와 공소유지는 공소청이 맡았다. 이들 각 기관은 상반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생 기관인 중수청은 아직 준비를 온전히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어수선한 모습이었고, 기존 검찰청에서 기능과 인력이 축소된 공소청은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종전보다 어깨가 무거워진 경찰청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각 기관은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해 제도 안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개청 당일까지도 제도와 준비가 미비한 데다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벌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 어수선한 중수청, 차분한 공소청, 긴장한 경찰청

2일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한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개청식을 열었다. 다른 지방중수청 개청식은 내주 열릴 예정이다.

이 일대는 직원들과 취재진, 관내 경비 담당하는 경찰로 북적였다. 입구를 찾지 못하는 직원, 검찰에서 근무 인연이 있는 동료를 만나 반가워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검사 출신인 한 수사관은 다른 동료에게 "이제 검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말하며 달라진 호칭에 낯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부는 일부 사무실에 컴퓨터와 책상이 비치됐을 뿐 나머지 공간에는 정수기와 책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아직 업무 준비가 완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와서 현장을 직접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갖춰진 게 없어 실제 업무에 들어가려면 한참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제막식에서는 현판을 가려뒀던 막을 제거하자 중수청 현판이 벽에서 반쯤 떨어져 흔들려 참석자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소청은 중수청과 달리 차분하고 다소 침울한 분위기였다.

중수청 개청식은 각계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열렸지만, 공소청 개청식은 간부들만 모인 가운데 열렸다.

직원들은 새로 배정된 부서로 서류와 비품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거의 모든 현판이 '검찰청'에서 '공소청'으로 바뀐 것에 어색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공소청 간부는 "출근길에 공소청이라 적힌 현판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는데 메신저도 검찰 메신저에서 공소청 메신저로 바뀐 걸 보고 '다 바뀌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기존 업무를 계속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었다.

시도청 경정급 경찰관은 "역사적인 날인 만큼 폭풍이 몰려오기 직전의 분위기"라며 "며칠 겪어봐야 변화를 알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한 경감급 경찰관은 "우리가 검사보다 수사 능력이 부족한데 검사가 하던 수사를 맡겨버렸다"며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덜컥 줘버리고 우리가 권력이 제일 크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토로했다.

한 총경급 경찰관은 "앞으로 공소청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만큼 보고서 등 서류를 꼼꼼히 볼 텐데, 서류 작성 경험이 적은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은 당분간 삐걱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과도한 수사' 지적에 결국 쪼개진 검찰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은 과거 검찰청이 비대한 권력을 쥐고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한다는 비판에 따른 현 정권의 개혁 결과다.

검찰은 가족과 주변인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저인망 수사, 사건 본류와 무관한 부분까지 확장하는 별건 수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나자 대검찰청 중수부가 해체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선상에 오른 뒤에는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는 등 검찰의 권한은 차츰 줄어들었다.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검찰 개혁에 반발한 이후 대선에서 당선되며 검찰 개혁 기조에 반전을 맞는가 했지만,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된 후 검찰 개혁은 오히려 가속화했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법령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은 기소,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이 담당하도록 역할을 구분했다.

검찰청의 후신 격인 공소청은 고소·고발장을 받아도 수사에 나설 수 없고, 경찰이나 중수청 수사가 미진하더라도 보완수사할 수 없다.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이다.

검찰청은 사라졌으나 헌법에 명시된 검찰총장과 검사 명칭은 사라지지 않는다. 검찰총장은 공소청의 수장 역할을 하고, 공소청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은 기소권을 갖는다.

◇ 급변한 정책, 공소청과 중수청 둘러싼 우려

법조계는 공소청과 중수청을 우려와 의구심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두 기관을 향한 걱정은 크게 제도 자체의 문제점, 그리고 졸속으로 이뤄진 개청 준비로 인해 이른바 '개문발차'(문을 열고 달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제도를 둘러싼 대표적인 우려는 기존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사건을 미흡하게 처리하거나 대충 '암장'(은폐)하더라도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직접수사는 물론 보완수사조차 하지 못하는 공소청이 기소 후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통해 제대로 유죄를 입증해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대부분의 수사를 맡는 경찰과 특별사법경찰, 그리고 중수청과 공수처 사이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질지 역시 문제다.

이들 수사 기관 및 검찰 사이에 편의주의나 이기주의가 작용하면 사건 처리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사건 핑퐁'이 벌어지면서 일반 시민들만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기관끼리 서로 협조하더라도 당장 공소청은 수사 중이던 사건을 최대 90일 동안만 더 수사한 뒤 경찰이나 중수청으로 이관해야 하는데, 수사 자료를 주고받는 데 따르는 비용과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검찰의 미제 사건은 2021년 약 3만2천건에서 지난 8월 기준 약 16만5천건으로 폭증했는데, 이를 이관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 수장·인력·인프라 없는 중수청…'개점휴업' 현실화

제도적 문제뿐 아니라 두 기관의 준비 부족도 법조계와 사건 관계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수청은 김지용 청장 후보자가 '친윤 검사'라는 정치권의 주장 때문에 추가 검증을 받느라 임명이 지연되고 있고,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마저 공석이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수청은 정원 2천874명의 66%에 불과한 약 1천900명으로 출범해 한동안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청사 안에 유치장과 구치소를 갖추지 못해 근처 경찰서의 유치장과 법무부 교정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이런 난맥상은 출범 첫날 각 기관에서 드러났다.

중수청은 간부급인 2∼4급은 임명이 완료됐으나 아직 1급 인사들은 대통령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 2일 오후까지도 내정 상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이 완비되지 않아 고발장 등 민원을 수기로 접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수청은 자체 킥스를 구축하기 전까지 경찰 킥스를 빌려 쓸 예정이다.

공소청은 이날 오전 킥스가 개편됐으나 일부 이용에 혼선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종합민원실에 방문한 한 남성은 "오전 9시부터 항고장을 제출하려고 대기 중인데 직원이 접수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공소청 관계자는 "킥스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정상 개통됐으나 일부 청에서 업무 처리에 잠시 혼선이 있었다"며 "현재는 정상적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