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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 ‘근데 이제 공사를 곁들인’…청장 없는 중수청 출발~ [유희태 기자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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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청한 중수청에는 ‘차단봉·마스킹테이프’가 있었다

LED 전광판엔 ‘시범 운영 중’
바닥엔 차단봉, 벽엔 테이프가
안내판엔 여전히 ‘르네스퀘어’
물건은 말이 없다. 대신 흔적이 말한다. 게중 엉뚱한 자리에 있는 물건은 눈길을 붙잡는다. 왜 이것이 여기 있을까. 그 자리에 앉아 오래 바라보고, 쥐어 보고, 냄새도 맡아 본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내력을 아는 사람을 찾아 묻고 듣는다. 물건 뒤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연이 있다. 그 사연 속에 우리 시대의 모습이 있다. 사건에 가려 보이지 않던 풍경을 줍는다. 거기, 그것이 있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에 층별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날 막 입주를 마친 건물 안내판에는 중수청 관련 내용은 미비한 상태였다. 왼쪽 아래부터 뽑힌 차단봉이 방치된 모습, LED 안내 모니터에서 ‘시험운영중’ 안내문이 송출되는 모습.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에 층별 안내판이 걸려 있다. 이날 막 입주를 마친 건물 안내판에는 중수청 관련 내용은 미비한 상태였다. 왼쪽 아래부터 뽑힌 차단봉이 방치된 모습, LED 안내 모니터에서 ‘시험운영중’ 안내문이 송출되는 모습.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건물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건물 민원실에서 민원인이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이삿날 풍경은 어느 집이나 비슷하다. 손에는 상자에 다 넣지 못한 짐이 들려 있다. 벽 모서리에는 행여 때라도 탈까 붙여 둔 테이프가 그대로 남아 있고, 와이파이는 아직 잡히지 않는다. 문패도 바꿔 달기 전이다. 새 기관의 첫 출근도 꼭 그날을 닮았다. 살림은 채 들이지 못했고, 건물 곳곳은 아직 공사 중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서울청과 본청이 들어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는 ‘시험운영중’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게이트 옆, 세로로 길게 걸린 LED 전광판에 뜬 글자였다.

 

중수청이 개청한 2일 청사 안팎은 어수선했다. 수사관들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안으로 들어갔다. 미처 옮기지 못한 개인 짐은 쇼핑백에 담겼다. 일부는 출범 하루 전에야 근무지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로비 LED 안내 모니터에서 ‘시험운영중’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로비 LED 안내 모니터에서 ‘시험운영중’ 안내문이 송출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에 층별 안내판이 걸려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에 층별 안내판이 걸려 있다.

주차장 입구 옆에는 차단봉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중수청 개청식을 알리는 대형 안내판 옆에는 르네스퀘어빌딩 층별 안내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안내판에 따르면, 4∼17층은 ‘업무시설’, 지하 3∼6층은 ‘주차장’이다. 중수청 민원실과 종합상황실이 들어선 2층칸에는 ‘로비’와 ‘개방형라운지’, ‘근린생활시설’이 적혀 있었다. 서울청이 2∼5층, 본청이 7∼8층을 쓰지만, 안내판 어디에도 중수청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검은 유리 위로 ‘개청식’ 글자가 비쳤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 모서리에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벽면 모서리에 마스킹 테이프가 붙어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주차장 입구 쪽에 차단봉이 뽑힌 채 방치돼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1층 주차장 입구 쪽에 차단봉이 뽑힌 채 방치돼 있다.

1층을 비롯해 공실로 남은 곳도 많았다. 화장실로 들어서는 벽면 모서리에는 마스킹 테이프가 떼어지지 않은 채 남았다. 청사 공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조직을 이끌 초대 청장 자리도 비어 있다. 사람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무실로 하나둘 들어섰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2층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유리창을 닦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2층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유리창을 닦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2층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바닥을 쓸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 2층 출입구에서 직원들이 바닥을 쓸고 있다.
2일 부산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들어선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 브라이튼 건물에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 출근해 있다. 이날 출범한 부산중수청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부패, 경제 등 7개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연합뉴스
2일 부산지방중대범죄수사청이 들어선 부산 강서구 퍼스트월드 브라이튼 건물에 직원들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 출근해 있다. 이날 출범한 부산중수청은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부패, 경제 등 7개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다. 연합뉴스

한편, 르네스퀘어빌딩은 지하철 을지로3가역과 맞닿은 지상 17층 규모 신축 오피스로, 올해 5월 준공됐다. 준공 전후 대규모 공실을 안은 채 매각에 나섰지만, 한 차례 무산됐다. 단독으로 인수를 검토한 한국토지신탁과 매도측이 가격 차를 좁히지 못했다.

 

빈 사무실을 채운 건 중수청이었다. 행정안전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6월 이 건물을 본청·서울청 청사로 정했고, 중수청은 업무시설 전체를 5년 계약으로 임대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월 임차료는 약 21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청사 공사는 연말까지 이어진다. 중수청은 우선 민원·수사·행정 업무에 필요한 사무공간과 업무망부터 갖출 계획이다. 층별 안내판 맨 위에는 중수청이 아닌 ‘르네스퀘어’ 로고가 붙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