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한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구매에 중국 국유 금융회사가 자금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장비들이 설치된 곳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국가 데이터센터 거점이었다. 첨단 반도체 확보를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장비의 유통 경로뿐 아니라 구매를 뒷받침하는 국유자본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세미-테크 리싱 그룹은 최근 1년간 글로리뷰 테크놀로지(훙징커지)의 서버 700여대 구매에 자금을 제공했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중국 당국 제출 문서에는 700여대의 서버 중 엔비디아 B300 칩을 탑재한 아수스텍 서버 32대에 대한 금융 지원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B300은 엔비디아의 고성능 블랙웰 제품군에 속한다. 미국 정부의 별도 허가 없이는 중국에 판매할 수 없는 칩이다. 문서상 해당 서버의 판매자는 중국 기업으로 기재돼 있었다. 글로리뷰와 자회사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버 구매를 위해 세미-테크 리싱에서 조달한 자금은 30억위안(약 6000억원)을 넘었다.
자금을 댄 세미-테크 리싱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 이른바 ‘빅펀드’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빅펀드가 2020년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 이후에는 선전과 베이징 등 여러 지역의 지방정부들이 지분 대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출범한 금융회사가 데이터센터 장비 구매로 사업을 넓힌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300 탑재 서버 32대를 포함한 장비 대부분은 닝샤 중웨이에 있는 차이나모바일 데이터센터 단지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웨이는 중국이 추진하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사업의 주요 거점이다.
동수서산은 동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보내 처리·저장하는 사업이다. 중국 정부는 2022년 닝샤 등 8개 지역에 국가 컴퓨팅 거점을 조성하고, 중웨이를 포함한 10개 데이터센터 집적지를 육성하는 계획을 본격화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이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연결하는 국가 기반시설 구축 사업으로 설명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세미-테크 리싱, 글로리뷰, 차이나모바일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장비 제조 고객사들과 협력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아수스텍은 수출통제를 포함한 관련 법률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