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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장 오픈런’ ‘나사 빠진 현판’… 중수청 개청 첫날 풍경은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는 새 형사사법체계 도입으로 새로 문을 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2일 출범했다.

 

이날 중수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빌딩에서 개청식을 열고 출범을 알렸다. 첫 출근한 직원들은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신분을 밝힌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일부 직원은 양손에 개인 짐을 한가득 들고 왔다. 개청식이 열린 2층 로비 홀에서는 전날까지 검사 신분이었던 중수청 수사관들이 정장을 입고 삼삼오오 모였다. 전부터 인연이 있는 동료와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새로 만난 동료에게는 직전 소속 청을 묻는 등 어색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식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식에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본청과 서울청을 제외한 5개 지방중수청은 7일 개청식을 열 계획이다. 각 지방중수청도 업무 개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중수청으로 출근한 한 수사관은 “보직은 받았지만 준비하면서 정신없는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66.1%인 1900명으로 개청해 추후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검찰에서 자리를 옮긴 수사관들의 경우 중수청에서는 ‘검사’가 아닌 ‘수사관’ 호칭을 쓴다. 중수청은 이날부터 업무를 시작하지만 내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당분간 일부 층만 사용한다. 중수청이 입주한 르네스퀘어 빌딩은 지하 6층~지상 17층 규모다. 서울지방중수청은 2~5층, 본청은 7~8층을 사용할 계획이다.

 

중수청이 맡을 중대범죄는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국가보호,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이며, 공소청 또는 경찰, 공수처, 법원 공무원의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아동학대,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의 보완수사도 맡을 수 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청식도 전에 고발장 쏟아져

 

이날 중수청에는 개청식이 열리기도 전에 10여 건의 고소·고발이 접수됐다.

 

오전 9시 2층 민원실 문이 열리자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한 민원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공식 사건 접수증 양식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고발장 표지에 도장을 찍힌 문서로 대신하기도 했다. 민원실 내부 직원들의 업무 공간도 컴퓨터와 전화기, 볼펜 등 기본적인 사무 집기만 갖추고 있었다

 

1호 고소장은 개인이 제출한 것으로, 서울 한 경찰관의 법왜곡죄·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가 부당한 성과급 지급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외에도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을 외환(일반이적) 혐의로 고발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을 알고도 저지하지 않고 제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끝난 뒤 한 관계자가 나사 빠진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일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끝난 뒤 한 관계자가 나사 빠진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현판식서 현판이 떨어질 뻔

 

개청식 마지막 순서인 현판식에서는 천막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현판이 떨어질 듯 휘청거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천막을 당길 때 현판에 걸리며 나사가 빠져 떨어진 것이다. 개청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관계자들에게 현판 점검을 당부했다.

 

개청식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전날 임명된 전종민 중수청 차장과 각 지방중수청장들, 본청과 서울청 수사관들이 참석했다. 외빈으로는 서 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진 행정안전위원장, 이해식·김의겸 의원 등 여권 인사가 주로 참석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자리했다.

 

서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중수청 축하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FBI보다 훌륭한 수사기관이 돼 달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국민을 위한 책임까지 나눠서는 안 된다”며 “각 기관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사건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빈틈없는 공조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