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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자”…삼성 113조 품은 아산, 오세현 시장 직접 ‘대도약’ 진두지휘

삼성 투자에 ‘하이패스 행정’ 온양 HBM 10개월 인허가 3개월로 단축
이번엔 시장이 서울로 기업 찾아가 투자 세일즈, 3개 기업 260억·285명 고용 물꼬
산단 36곳·여의도 4.2배 계획입지 확보, 삼성 협력기업·첨단기업 유치전
9만여 가구 도시개발·교통·정주여건 동시 확충, 삼성 투자효과 도시 전체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기회가 왔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힘껏 움직여 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물이 들어온다고 배가 저절로 목적지에 닿는 것은 아니다. 방향을 제대로 잡고 힘껏 노를 저어야 한다.

 

오세현 아산시장이 2일 서울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가진 ‘아산시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 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이 2일 서울 용산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가진 ‘아산시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 했다.

충남 아산에 전례 없는 ‘물’이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 46조원과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 모두 113조원 규모의 투자다. 아산시는 이 투자를 삼성 공장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일자리,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 대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선두에서는 오세현 아산시장이 직접 ‘노’를 잡았다.

 

삼성의 투자 실행에는 ‘하이패스 행정’으로 속도를 붙이고, 협력기업을 받을 산업단지를 확보하고 있다. 새로 생길 일자리와 유입 인구를 감당할 주택·교통·생활 인프라도 동시에 준비한다. 이번에는 오 시장이 기업을 기다리지 않고 서울로 올라가 직접 투자 세일즈에 나섰다. 세계일보가 서울 투자유치 현장에서 오 시장이 그리고 있는 ‘삼성 113조 이후의 아산’을 들여다봤다.

 

2일 서울 투자설명회에서 아산시와 원익IPS와 씨앤엠, 에이티이엔지 등 3개 기업이 총 260억원 규모의 기업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2일 서울 투자설명회에서 아산시와 원익IPS와 씨앤엠, 에이티이엔지 등 3개 기업이 총 260억원 규모의 기업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기업 기다리지 않고 서울 왔습니다”…오세현, 직접 아산 세일즈

 

오 시장은 2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2026 아산시 투자유치 설명회’ 무대에 직접 섰다.

 

“기업을 기다리지 않고, 여러분을 직접 만나러 서울에 왔습니다.”

 

삼성 113조원 투자가 만들어낸 호기를 기다리고만 있지 않고 또 다른 기업 투자로 이어가겠다는 메시지였다.

 

오 시장은 서울에서 KTX로 천안아산역까지 36분, 청주공항 40분·인천공항 90분의 광역교통망을 먼저 꺼냈다. 40만명이 넘는 인구와 평균연령 40.9세의 젊은 도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현대자동차를 비롯한 2500여 기업의 산업 생태계도 제시했다. 투자설명회 자료 역시 교통과 젊은 인구, 기존 산업기반을 ‘왜 아산인가’에 대한 핵심 답으로 내세웠다.

 

발품은 곧바로 투자 의향으로 이어졌다. 원익IPS와 씨앤엠, 에이티이엔지 등 3개 기업이 총 26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을 밝혔다. 예상 신규 고용은 285명이다. 원익IPS는 100억원을 투자해 평택 사업장의 일부를 아산으로 옮기고 25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삼성 투자를 또 다른 기업 투자로 연결하는 첫 물꼬를 튼 셈이다.

 

투자설명회에 함께 참석한 삼성 임원과 삼성협력업체 등 기업체와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들.
투자설명회에 함께 참석한 삼성 임원과 삼성협력업체 등 기업체와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들.

◇113조 투자 첫 단추는 ‘하이패스’…10개월을 3개월로

 

아산시가 가장 먼저 저은 노는 삼성의 투자계획을 실제 공사로 옮기는 일이었다.

 

시는 지난 7월 삼성의 113조원 투자계획이 발표되자 김범수 부시장을 단장으로 ‘삼성 투자 행정지원 추진단’을 띄웠다. 인허가와 기반시설, 정주여건, 지역경제 관련 부서를 하나로 묶었다. 기업이 부서마다 찾아다니는 대신 행정이 먼저 움직이는 방식이다.

 

성과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나왔다.

 

공장설립 승인과 건축허가를 동시에 진행하고 관계기관 협의도 앞당겼다. 통상 10개월 이상 걸리던 허가 신청부터 착공까지의 기간을 3개월로 줄였다. 재해영향평가 협의는 통상 45일에서 7일 이내, 도로점용 처리는 5일에서 하루로 단축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시설 증설은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먼저 착공 단계에 들어갔다. 약 700명의 직접고용과 건설기간 하루 평균 3400명의 인력 투입, 2조60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오 시장이 서울에서 기업인들에게 “아산의 신속 행정은 약속이 아니라 이미 성과로 입증됐다”고 강조한 근거다. 투자설명회 자료에도 삼성전자 인허가 10개월→3개월, 에드워드코리아 건축허가 4개월→29일을 신속행정의 대표 사례로 내걸었다.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왼쪽)과 삼성전자 조성일 부사장이 지난 7월 22일 아산시청에서 삼성의 신규투자 적극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왼쪽)과 삼성전자 조성일 부사장이 지난 7월 22일 아산시청에서 삼성의 신규투자 적극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만 잘돼선 안 된다”…여의도 4.2배 땅에 기업 유치

 

다음 노는 삼성 113조원을 또 다른 기업 투자로 증폭시키는 일이다.

 

준비한 땅부터 꺼내 보였다. 아산에는 준공·조성·계획 중인 산업단지와 농공단지를 합쳐 36곳이 있다. 기업에 즉시 제공할 수 있는 계획입지만 여의도 면적의 4.2배다. 대청댐 광역상수도와 전력, 도시가스 등 생산 기반도 갖추고 있다는 게 아산시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미래차와 이차전지, 첨단제조·로봇, 바이오 기업까지 유치 대상이다. 삼성의 투자를 협력기업의 연쇄 투자로 확산시키겠다는 계산이다. 돈과 행정도 따라붙는다. 아산시는 최근 3년간 코닝정밀소재와 에드워드코리아 등 13개 기업에 국비를 포함해 1100여억원을 지원했다. 에드워드코리아 공장 건축허가는 당초 4개월에서 29일로 줄였다.

 

부지→전력·용수→인허가→보조금→인력. 기업이 투자 결정을 내리면 필요한 과정을 한꺼번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만 오면 안 된다…사람이 살 집과 도시도 함께 짓는다

 

공장과 기업만 늘어서는 113조원의 효과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기업이 오면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를 따라 사람이 온다. 사람이 정착하려면 집과 학교, 도로, 의료·문화시설이 필요하다.

 

아산에서는 탕정2지구를 비롯해 공공 6곳과 민간 15곳 등 21개 지구, 1182만㎡에 9만1404세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삼성 투자에 따른 고용·인구 증가를 50만 자족도시로 연결할 주거 기반이다.

 

서울 설명회에 산업단지 시행사 9곳뿐 아니라 공동주택 사업자 3곳과 IBK기업은행까지 함께 불러 ‘상생협력 지원투자 협약’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에는 공장 터를, 근로자에게는 살 집을 마련하고 필요한 금융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 투자 발표 이후 민간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사업에 다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도 아산시는 주목하고 있다. 오 시장은 투자 효과를 지역 건설업체와 자재·장비 사용, 아산 청년 채용으로 연결할 것도 주문했다. 113조원이 삼성 사업장 담장을 넘어 지역경제 곳곳으로 흐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박수현 충남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김재군 한전 전력계통본부장, 이종식 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장이 1일 도청에서 ‘충남 첨단산업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재군·오세현·박수현·이청·이종식.
박수현 충남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김재군 한전 전력계통본부장, 이종식 수자원공사 금강유역본부장이 1일 도청에서 ‘충남 첨단산업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재군·오세현·박수현·이청·이종식.

◇종착지는 ‘삼성 도시’ 아닌 제조혁신형 제2의 실리콘밸리

 

오 시장이 그리고 있는 최종 목적지는 삼성 투자 자체가 아니다.

 

KTX 천안아산역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산업단지와 연구기관, 대학·스타트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제조혁신형 제2의 실리콘밸리’다.

 

투자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천안아산역 일원에서는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미래모빌리티, 바이오 분야 24개 사업,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108만평 규모의 탕정신도시와 삼성 사업장, R&D 집적지구를 연결해 연구개발에서 실증·생산·기업 성장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이를 ‘자본이 자본을 부르는 구조’로 설명했다. 삼성의 113조원이 협력기업을 부르고, 기업 투자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가 청년과 인구를 끌어들이고, 다시 주택과 상권·민간투자를 불러오는 선순환이다.

 

프레젠테이션 마지막에서 오 시장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돈이 모이는 곳에 돈을 벌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아산에 투자하십시오.”

 

113조원이라는 거대한 물은 이미 아산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이 들어왔다고 도시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 시장은 기업을 찾아 서울로 뛰고, 공무원들은 인허가 기간을 하루라도 줄이기 위해 움직인다. 한쪽에서는 기업이 들어올 산업단지를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 들어올 사람들이 살아갈 집과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을 향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산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