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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만원에 조선 임금처럼 5끼 먹는다고?”… ‘핫플” 세종에 터진 대박 미식 여행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1박2일 체류형 미식여행 ‘세종오식’

낮것상·다과상·석수라·주안상 등 푸짐

세종수목원·호수공원 걸으며 가을도 만끼 

 

빠스타스 바이 파인드파인 비스큐 로제 파스타.
빠스타스 바이 파인드파인 비스큐 로제 파스타.

연못을 가득 채우며 초록 우산처럼 겹겹이 펼쳐진 커다란 연잎. 그 사이로 고개를 내민 붉은 연꽃은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 아래 수줍게 볼을 붉힌다. 연잎을 스치는 바람은 선선한 가을 냄새를 실어오고. 긴 받침돌 두 개를 물속에 살며시 담근 운치 있는 도담정은 계곡 물에 발 담그고 풍류를 즐기는 선비처럼 느긋하다. 멀리 도심의 아파트 숲이 보이지만 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정원에 서면 시간은 조선의 어느 가을날에 멈춘 듯하다.

세종국립수목원 한국전통정원.
세종국립수목원 한국전통정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박희준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박희준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박희준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박희준 기자

◆거장의 색채로 물든 온실 

 국립세종수목원은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국립수목원이자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수목원이다. 2020년 10월 공개된 수목원에는 축구장 90개 크기인 65㏊ 부지에 4367종, 248만본의 식물이 자란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수목원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어린아이처럼 몰라보게 성장했다. 그때는 갓 심은 나무들이라 좀 휑하고 썰렁해 보였는데, 그새 숲을 이뤄 이제 수목원의 모습을 제대로 갖췄다.

사계절전시온실.
사계절전시온실.
 

 방문자센터를 지나 수목원의 랜드마크 사계절전시온실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꽃들이 풍성하다. 화사한 주황색과 노란색을 뽐내는 좁은잎백일홍과 메리골드를 시작으로 하얗고 붉은 천일홍, 새빨간 산파첸스, 노란색 촛불맨드라미, 짙은 자줏빛 콜로카시아가 피어 가슴을 가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꽃보다 화려한 잎을 뽐내는 콜레우스도 만난다. 선명한 분홍빛과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이 깻잎 모양의 잎사귀 위에서 마법처럼 어우러지며 마치 화가의 팔레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강렬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지중해온실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정원’
지중해온실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정원’

 붓꽃 꽃잎을 형상화한 높이 32m의 유리 온실은 크리스털로 빚은 거대한 꽃송이 같다. 요즘 이곳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지중해온실이다. 연말까지 특별기획전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정원’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야수파의 거장 마티스가 사랑한 남프랑스의 도시와 정원, 그의 대표 색채를 모티프로 온실을 7개 테마 구역으로 꾸몄다. 탐스러운 수국과 사슴뿔을 닮은 박쥐란, 주황빛 한련화, 붉은 제라늄이 마티스 특유의 강렬한 원색을 살아 있는 꽃으로 그려낸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명작 ‘붉은 방’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공간은 그림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인생 사진을 남기는 포토존. 부산예술인협회 작가 23명이 마티스를 오마주한 작품 50여점도 식물 사이사이에 자리해 미술관과 정원의 경계를 허문다.

한국전통정원  ‘수박서리’.
한국전통정원  ‘수박서리’.

 

한국전통정원  ‘신행길’.
한국전통정원  ‘신행길’.

온실을 나서 축제마당을 지나면 수목원을 휘감아도는 푸른 물길이 펼쳐진다. 금강에서 물을 끌어와 만든 길이 2.4㎞의 청류지원으로, 가을 햇살을 받아 소리 없이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어 내니 가슴까지 예쁜 빛으로 물드는 기분이다. 다리를 건너면 한국전통정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정겨운 조형물들이 먼저 발길을 붙잡는다. 매직핸드·박성화 작가팀의 ‘수박서리’는 더운 여름밤 원두막에서 쉬는 노부부 몰래 수박밭으로 숨어든 개구쟁이들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수박 한 통씩 품에 안은 아이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절로 웃음이 난다. 옥산조형예술연구소·정종영 작가팀의 ‘신행길’은 혼례를 마친 신부가 신랑의 집으로 처음 향하던 전통 풍습을 담았다. 신부는 가마에 오르고 신랑과 마을 사람들은 길을 밝히며 새 가정을 축복하는 모습으로 꾸며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던 순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도담지와 도담정.
도담지와 도담정.
가온문과 솔찬루.
가온문과 솔찬루.

안으로 더 들어가면 궁궐정원이 펼쳐진다. 초록 연잎이 무성한 연못 이름은 도담지로, 창덕궁의 부용지를 재현했다. 전당홍, 아라홍련 등 연꽃과 수련, 송이고랭이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연못 끝에는 도담정이 운치 있게 앉았다. 석주 2개를 연못에 내린 누마루에 앉자 연못 위로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 향기가 진하게 묻어난다. 초록 연잎이 물감처럼 번지고 붉은 연꽃과 수련이 점점이 찍혀 있는 풍경들. 소나무 그림자도 물 위에 풀어지고 도담정의 처마가 거울처럼 비치니 눈앞 풍경은 한 장의 수채화다. 맞은편엔 가온문 너머로 창덕궁 주합루를 본뜬 2층 누각 솔찬루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소나무처럼 푸르고 옹골차다’는 뜻이다.

 궁궐정원을 지나면 조선시대 대표 원림인 담양 소쇄원의 특징을 담은 별서정원이 나온다. 세속을 떠난 선비가 자연 속에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공간이다. 사계절 곧은 대나무와 붉은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가 선비의 지조와 청렴을 이야기한다. 민가정원으로 발길을 옮기면 돌담과 장독대 사이로 감이 붉게 익어가며 고향집 마당 같은 정겨움을 전한다.

산장가든 떡갈비.
산장가든 떡갈비.

◆임금님처럼 다섯 끼 먹어볼까

 조선의 임금은 하루에 다섯 번 상을 받았다. 새벽에 죽 한 그릇을 드는 초조반, 아침 조수라, 점심을 가볍게 드는 낮것상, 저녁 석수라, 출출한 밤의 야참까지다. 이런 궁중의 일상을 옮긴 미식여행이 탄생했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이 선보인 1박2일 체류형 미식여행 ‘세종오식(世宗五食)’이다. 말 그대로 궁중의 다섯 끼를 세종의 맛집으로 다시 차렸다. 낮것상과 석수라는 세종사랑맛집, 주안상은 청년양조장, 다과상은 로컬카페, 마지막 수라상은 세종전통시장이 맡는다. 토속적이고 푸짐한 맛집부터 양조장, 신도심의 디저트까지 ‘왕의 식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테마는 세 가지. 세종대왕의 고기 사랑을 담은 ‘뉴(NEW)’가 9월 19~20일 첫선을 보였고 10월 9~10일 25명을 초대하는 행사가 마련된다. 로컬 식재료와 콩 등 건강한 재료로 꾸린 ‘라이트(LIGHT)’는 10월 31일~11월 1일, 11월 14~15일 33명씩 모집한다. 두 상품 모두 11만9000원이다. K푸드가 궁금한 외국인을 위한 ‘헬로(HELLO)’는 10월 24~25일 24명을 모집하며 가격은 9만9000원이다. 모든 일정에 4성급 호텔 숙박이 포함되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국내외 온라인 여행사에서 판매한다.

산장가든 원조숯불갈비.
산장가든 원조숯불갈비.

 첫 끼 낮것상은 연서면의 로컬 맛집 산장가든에서 만난다. 국내산 돼지갈비를 이 식당만의 비법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운 ‘원조숯불갈비’가 뜨거운 철판에 실려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도착하자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간다. 주방에서 미리 구워 내오니 손님은 젓가락만 들면 된다. 달콤짭짤한 양념이 불향과 엉겨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곱게 다진 고기를 뭉쳐 구운 ‘숯불수제떡갈비’는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주르륵 흐르며 씹을 것도 없이 입에서 사라진다. 고기를 좋아하던 세종대왕이 이 맛을 알았다면 수라상 단골 메뉴가 됐을 법하다.

카페 플레저.
카페 플레저.

 배가 든든해지면 달콤한 쉼표, 다과상이 필요하다. 요즘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카페 플레져로 향한다. 나성동 초고층 주상복합단지 세종 리더스포레 49층에 자리한 카페에 오르자 층고 높은 거대한 통창으로 세종시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에 탄성이 터진다. 왜 인기가 높은지 잘 알겠다. 유유히 흐르는 아름다운 금강과 그 위에 놓인 독특한 디자인의 이응다리(금강보행교), 국립세종수목원과 세종호수공원 등 도심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종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커피는 물론 직접 만든 수제 그릭 요거트를 즐길 수 있고 다양한 피자, 파스타도 주문할 수 있다. 향긋한 커피 한 잔에 갓 구운 빵을 곁들이니 구름 위에 차린 다과상이 따로 없다.

세종호수공원.
세종호수공원.

 기분 좋게 다과상을 즐기고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던 세종호수공원으로 향한다. 약 70만㎡ 부지에 32만㎡ 규모의 호수가 펼쳐진 국내 최대 인공호수공원이다. 호수에는 인공섬 5개가 떠 있고 백미는 금강의 조약돌을 형상화한 수상무대섬이다. 690석 규모를 갖춘 이곳에선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해가 지면 조명이 켜진 무대가 수면에 비쳐 황홀한 야경을 선사한다. 도심 속 해변처럼 꾸민 물놀이섬과 모래사장, 수련과 노랑꽃창포가 자라는 물꽃섬, 호수를 정화하는 습지섬, 각종 행사가 열리는 축제섬도 저마다 매력을 뽐낸다. 호수를 따라 8.8㎞ 산책로와 4.7㎞ 자전거길도 이어져 호숫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좋으니 가을 여행으론 제격이다.

빠스타스 조치원 복숭아 프로슈토 피자.
빠스타스 조치원 복숭아 프로슈토 피자.
빠스타스 전복 감태 리조또.
빠스타스 전복 감태 리조또.

 저녁 식사는 가름로 레스토랑 ‘빠스타스 바이 파인드파인’에서 즐기는 ‘주안상X석수라’. 2016년 문을 연 이곳은 세종의 제철 식재료로 이탈리아 가정식을 풀어내 입소문을 탔다. ‘세종무화과샐러드’는 잘 익은 무화과의 꿀 같은 단맛이 채소의 싱그러움과 어우러진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마늘 향 가득한 올리브유 속에 탱글한 새우가 헤엄쳐 수제 바게트로 올리브유 한 방울까지 싹싹 닦아 먹게 된다. ‘조치원 복숭아 프로슈토 피자’는 과즙의 달콤함과 짭조름한 햄이 만드는 ‘단짠’ 조화가 일품이다. 새우 머리를 우린 진한 소스의 ‘비스큐 로제 파스타’, 바다 향 머금은 ‘전복 감태 리조또’에서 코스는 절정에 이른다. 요리마다 세종 백경증류소의 전통주를 곁들인다. 은은한 과일 향의 술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니 미식의 새 세상이 펼쳐진다.

 

백경증류소 전통주.
백경증류소 전통주.
세종전통시장.
세종전통시장.

다음날 마지막 수라상은 조치원 세종전통시장에서 진행되는 ‘미션투어’와 포트럭 파티로 차려진다. 미션카드를 받아 든 여행자들은 시장 골목으로 흩어져 만두, 순대, 떡을 사고 상인들과 흥정하며 저마다 장바구니를 채운다. 미션카드에는 메인메뉴, 반찬, 디저트가 적혀 있고 2명이 한 조가 돼 3만원어치를 구입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이 음식들을 모아 조치원 청년골목에 있는 화양연화에서 포트럭 파티를 연다. 그 어떤 궁중 요리보다 푸짐한, 우리가 함께 차린 잔칫상이다. 식사 후에는 조치원 청년골목을 느릿느릿 거닐며 1박2일 세종오식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