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에도 생애 말기 암 환자의 항생제 사용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망에 가까운 시점에 중증 감염이나 항생제 내성균 치료 등에 사용하는 광범위 항생제 처방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김정한 교수와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가톨릭대 심진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후 암 환자의 생애 말기 항생제 사용 양상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2∼2023년 폐암·간암·위암·대장암·췌장암·전립선암·담도암·유방암 등 8대 암으로 사망한 성인 74만3842명을 분석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인 2012∼2017년 사망자 34만8813명과 시행 후인 2018∼2023년 사망자 39만5029명으로 나눠 사망 전 6개월간 항생제 처방 양상을 비교했다.
그 결과 사망 전 6개월 동안 한 차례라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법 시행 전 88.3%에서 시행 후 90.8%로 2.5%포인트 증가했다.
항생제 사용 증가는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두드러졌다. 사망 전 3개월과 마지막 일주일 등 생애 말기에도 항생제 처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코마이신이나 카바페넴 등 중증 감염이나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주로 사용하는 광범위 항생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같은 기간 54.4%에서 63.9%로 9.5%포인트 상승했다.
연구팀은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연명의료 중단 항목에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이러한 결과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을 덜고 환자에 대한 돌봄을 이어가기 위해 항생제 치료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생애 말기 항생제 치료를 일률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말기 환자라도 항생제 치료를 통해 감염으로 인한 통증이나 발열 등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감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 항생제 사용에 따른 이득과 부담을 함께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이후에도 생애 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비율과 투여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며 “향후 연명의료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생애 말기 항생제 사용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스스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8년 2월부터 시행됐으며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치료, 지속적 신대체요법, 체외막산소공급(ECMO) 등이 연명의료에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