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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도 결제도 맡겨줘”…AI 비서 경쟁, 한국 기업은 준비됐나 [핫 IT(잇)슈]

뮤즈 이어 오픈AI 닷, 실행형 AI 경쟁 가열
국민 무료 AI 비서 사업, 이달 베타 첫 공개
한국 생활에 맞춘 서비스, 속도·차별화 관건
빛의 속도로 변하는 IT 업계 주요 이슈를 짚고, 그 배경과 파장을 분석합니다. 기술 변화가 기업과 산업,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풀어서 전합니다.

 

주말여행을 준비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지금까지는 인공지능(AI)에 여행지를 추천받은 뒤 숙소와 교통편은 직접 예약했습니다. 이제는 AI가 조건에 맞는 상품을 찾고 예약·결제 절차까지 진행합니다. 이용자는 마지막에 내용을 확인하고 승인하면 됩니다. 질문에 답하던 AI가 일을 대신하는 ‘에이전트’로 바뀌는 겁니다.

 

메타의 ‘뮤즈’가 이런 변화를 보여주며 이용자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픈AI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상시 작동하는 에이전트 ‘닷(dots)’을 선보였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한국 생활에 맞춘 AI 비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해외 서비스가 먼저 일상에 자리 잡으면 따라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앱을 닫아도 일하는 AI 비서

 

3일 앱토피아 자료를 보면 뮤즈는 출시 20일 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다운로드 580만건을 기록했습니다. 이용자의 46%가 46세 이상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기술에 익숙한 젊은층을 넘어 중장년 이용자도 관심을 보인 겁니다.

 

뮤즈는 이용자가 연결한 메일과 일정 등을 확인하고 웹사이트에서 예약·구매 작업을 진행합니다. 앱을 닫아도 맡은 일을 이어가고, 메일 발송이나 결제처럼 중요한 단계에서는 승인을 요청합니다. 기본 기능은 주어진 사용량 안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을 수행하는 AI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오픈클로처럼 이용자가 직접 설치하고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도 있었죠. 뮤즈는 이런 준비 부담을 줄이고 메신저로 대화하듯 여러 생활 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AI를 어떻게 설정하지’보다 ‘무슨 일을 맡기지’를 고민하게 하는 겁니다.

 

오픈AI의 닷도 대화를 마친 뒤 계속 작업하는 방식입니다. 자체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이용자가 연결한 앱을 활용해 목표를 수행합니다. 우선 프로와 비즈니스 프리미엄 등 유료 이용자에게 제공돼 뮤즈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AI가 지속해서 일을 맡는 서비스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습니다.

 

◆국민 AI 비서, 우리도 도전

 

한국에도 국민 AI 비서를 만들겠다는 사업이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입니다. SK텔레콤·KT·카카오가 각각 이끄는 컨소시엄이 서비스를 만들고, 정부는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운영 등을 지원합니다. 기본 기능을 무료로 제공해 AI 이용 격차와 해외 서비스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이 개발한 고도화 기능에는 별도의 수익 모델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정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사업은 아닙니다. 각 컨소시엄이 기존 서비스를 활용해 이용자를 만나는데요. SK텔레콤은 전화·문자,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주요 창구로 삼습니다. KT는 검색과 교육·금융·쇼핑 등 분야별 서비스를 연결합니다. 챗봇으로 시작해 공공서비스 신청과 생활 업무까지 대신하는 비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국내 제도와 생활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강점으로 봅니다. 지원금 신청이나 금융 업무는 한국의 절차를 알아야 하고, 예약·결제는 실제 서비스와 연결돼야 하니까요. 이런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버티컬’, 특화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출시 속도는 부담입니다. 모두의 AI는 이달 베타 서비스를 거쳐 12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합니다. 초기에는 챗봇 기능과 안전성 검증에 집중하고 실행형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해외 기업들이 먼저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국내 서비스도 실제 사용 경험을 쌓아 빠르게 개선해야 합니다.

 

◆무료 보급과 산업 경쟁력 모두 잡으려면

 

국내 플랫폼에 에이전트는 기회이자 위협입니다. AI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도 있지만 이용자가 쇼핑 앱 대신 해외 AI 비서부터 찾으면 고객과 만나는 첫 관문을 내줄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오픈AI와 협력하고 무신사가 챗GPT 안에 전용 앱을 내놓은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체 AI를 키우면서 해외 AI 안에서도 이용자를 만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모두의 AI도 목표를 더 선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 누구나 무료 AI를 쓰게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 목표와 국내 기업의 특화 경쟁력을 키운다는 산업 전략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가 많이 늘어도 국내 기업의 사업 경쟁력까지 높아졌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사업의 성패가 모델 성능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맞물려 있다고 짚었습니다. 황 교수는 “지금은 기술 기반적, 공급 중심”이라며 국내 플랫폼 경쟁력과 창업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AI 전략에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국내 업계의 승부처는 한국인의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로 꼽힙니다. 공공서비스와 금융·의료·쇼핑 등에서 국내 데이터와 플랫폼을 연결해 실제 일을 끝내주는 경험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어로 답을 잘하는 비서를 넘어, 한국에서 필요한 일을 잘 처리하는 비서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