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서채현(23·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자신의 주 종목인 리드에서 정상에 오르며 8년 만에 한국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리드에서는 이도현(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동메달을 보태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이 하루에 금·동메달을 수확했다.
서채현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 포트 메세 전시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결승에서 마지막 홀드까지 도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의 모리 아이(47+)를 비롯한 경쟁자들이 정상까지 닿지 못한 가운데 서채현은 8명의 선수 중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결승에서 유일하게 톱(TOP)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콤바인에서 우승한 천종원 이후 8년 만이다. 서채현은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사상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서채현은 2022 항저우 대회 콤바인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볼더링 동메달과 리드 금메달을 차례로 수확했다.
준결승에서도 모리와 함께 TOP을 기록해 공동 1위로 결승에 올랐다.
리드는 15m 높이의 인공 암벽에서 제한 시간 6분 안에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다. 눈앞의 홀드를 읽고 몸의 무게중심을 옮기며 다음 동작을 계산해야 하며, 등반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과 집중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동작이나 홀드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도 승부를 가른다.
서채현은 경기 전 “루트를 읽는 것은 제 강점 중 하나”라면서도 “상단에서 예상하지 못한 동작이나 홀드가 나왔을 때 순간적인 대처나 판단이 조금 느려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빠르게 판단하고, 제가 가진 힘을 마지막까지 100% 쏟아낼 수 있는 등반을 하는 것이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아시아선수권 리드에서는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더 올라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떨어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후두부 부상 이후 회복해 출전한 대회였지만, 경기력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는 의미를 뒀다.
서채현은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경기 운영 능력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술이나 멘털 등 전반적으로 조금씩 성장했다고 느끼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경기 운영”이라며 “이전보다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서 조금 더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이후 가장 집중해온 종목 역시 리드였다. 서채현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을 목표로 준비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는 자신이 준비한 등반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는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다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며 “충분히 준비하고 경기에 나선다면 오히려 즐겁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3년 전 항저우 대회에서의 경험도 이번 도전을 준비하는 밑거름이 됐다. 당시 악천후로 결승이 취소되면서 예선 성적에 따라 은메달을 받은 서채현은 당시의 아쉬움을 “그때 라운드에서 했던 실수와 부족했던 부분을 되짚어보고 이후 경기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한 동기부여”로 삼았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경계한 상대는 일본의 모리였다. 서채현은 모리의 안정적인 경기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신의 강점으로는 ‘파워풀한 동작’을 꼽았다.
이도현은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리드 결승에서 38을 기록해 스즈키 네오(40+), 요시다 사토네(38+·이상 일본)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이도현은 38번 홀드까지 도달했고, 요시다는 같은 38번 홀드에서 다음 동작을 시도한 점까지 인정받아 38+를 기록했다. 리드에서는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곳까지 오른 것이며, ‘+’는 다음 홀드로 이동하려는 유효한 동작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이도현에게는 아시안게임 통산 세 번째 메달이다. 2022 항저우 대회 콤바인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볼더링에서도 은메달을 따낸 그는 리드 동메달까지 추가했다.
함께 출전한 노현승(부산신정고)은 26+를 기록해 참가 선수 9명 가운데 7위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