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한국 남자 축구가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4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시작된 금빛 행진은 12년째 이어졌다. 통산 우승 횟수도 7회로 늘리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최다 우승국의 지위를 굳혔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후반 16분 엄지성(스완지시티)이 터뜨린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한국은 초반부터 전방 압박으로 일본을 흔들었다. 전반 6분 엄지성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위로 넘어갔다.
일본도 중반 이후 반격에 나섰다. 후쿠나가 유야가 공격의 중심으로 나섰고, 전반 37분 오른발 슈팅이 골대 왼쪽을 살짝 빗나갔다. 약 2분 뒤 다시 시도한 왼발 슈팅도 골문을 벗어나면서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후반 들어 일본의 공세가 거세졌다. 후반 10분 요코야마 유메키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맞은 기회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후반 12분 이기혁을 빼고 황도윤(서울)을 투입하며 중원에 변화를 줬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4분 뒤 나왔다.
후반 16분 오른쪽 측면에서 양민혁(베스테를로)이 상대 수비와 경합하며 공을 끝까지 살려냈다. 이어 올린 크로스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연결됐고, 엄지성이 이를 받아 상대 수비를 따돌린 뒤 왼발로 슈팅했다. 공은 그대로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이후 일본의 추격을 견뎠다. 후반 27분 요코야마의 슈팅을 김준홍이 잡아냈고, 후반 34분에는 이시이 히사쓰구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45분 이영준과 배준호를 김명준(헹크), 박승수(뉴캐슬)로 교체한 한국은 추가시간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결승골을 넣은 엄지성은 이번 대회에서 4골과 4도움을 기록해 득점과 도움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카타르전에서 전반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는 이후 4개의 도움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고, 결승전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2002년생인 엄지성은 이번 대회에서 24세 이상 선수 3명까지 허용되는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2024년부터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완지시티에서 뛰고 있는 그는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하며 성인 대표팀 경험을 쌓았다.
이번 대표팀은 과거 손흥민(2018 자카르타·팔렘방), 이강인(2022 항저우)처럼 이름만으로도 주목받는 스타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 엄지성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팀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이번 금메달은 선수들의 병역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팀 23명 가운데 이미 병역 의무를 마친 김준홍(수원), 이승원(강원), 이영준(그라스호퍼)을 제외한 20명이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역대 최다인 9명의 해외파가 포함됐다. 엄지성과 배준호는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고, 김지수는 잉글랜드에서 중앙 수비수로 경험을 쌓고 있다. 양민혁은 토트넘 홋스퍼 입단 후 임대 생활을 통해 유럽 축구에 적응하고 있으며, 양현준 역시 해외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경험이 있는 이기혁은 이번 대회에서 주장으로 팀의 중심을 맡았다.
이민성 감독에게도 이번 결승은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지난해 5월 부임한 이 감독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에 패해 4위에 그쳤고, 이번 대회에서도 준결승에서 중국에 선제골을 내준 뒤 2-1로 역전승하는 등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올림픽 준비 일정을 고려해 U-23 대표팀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 체계를 분리했다. 지난 5월 부임한 김은중 감독이 LA 올림픽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이 감독은 자신의 성과보다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선수들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감독인 저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금메달을 일궈낸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전에 대한 압박감과 병역 문제 등 부담이 컸지만, 선수들이 모두 인내하고 버텨준 것이 승리 요인”이라며 “경기력 문제로 비판도 받았지만, 이번 대회는 결과가 가장 중요했기에 나름대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가 A대표팀에 올라가 한국 축구의 도약을 이끌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