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익숙한 맛이 과자로 옮겨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라면 스프를 과자에 넣어 먹던 방식이 실제 신제품으로 이어지고, 식품업체들도 인기 라면 브랜드를 스낵으로 확장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12일 스낵 신제품 ‘너구링’을 출시한다. 너구링은 농심의 대표 라면 너구리와 스낵 양파링을 결합한 제품이다. 양파링 특유의 짭짤하고 고소한 양파 맛에 너구리의 얼큰한 해산물 풍미를 더했다.
출발점은 소비자들이 먼저 만들어 먹던 조합이다.
최근 SNS에서는 양파링에 너구리 스프를 넣거나 포스틱에 신라면 스프를 뿌린 뒤 봉지를 흔들어 먹는 영상이 공유됐다. 농심몰에서도 ‘SNS 화제 레시피’라는 이름으로 양파링과 얼큰한 너구리, 포스틱과 신라면을 각각 묶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농심은 이 가운데 반응이 좋았던 양파링과 얼큰한 너구리 조합을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었다.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직접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드는 ‘모디슈머’ 방식이 정식 상품 개발로 이어진 셈이다.
출시에 앞서 농심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공식 온라인몰을 통해 너구링을 선착순으로 먼저 판매하기도 했다. 농심 공식 채널에는 너구링을 ‘너구리+양파링’ 조합으로 소개한 사전 판매 안내가 올라왔다.
라면 브랜드의 맛을 스낵으로 옮기는 시도는 다른 식품업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대표 브랜드 불닭의 매운맛을 감자칩에 입혔다. 2024년 일본에서 ‘불닭 포테이토칩’을 출시하고 오리지널, 4가지 치즈, 하바네로&라임 등 3종을 선보였다. 불닭볶음면에 사용하는 특유의 매운맛을 시즈닝 형태로 적용한 제품이다.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불닭 포테이토칩은 일본 출시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봉을 넘어섰다. 돈키호테와 이온 등 현지 주요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됐다.
삼양식품은 불닭을 라면 하나에 머물지 않는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불닭볶음면에서 출발해 소스와 스낵, 간편식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는 전략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삼양식품이 2017년 이후 불닭을 중심으로 해외 인지도를 확대해 왔다고 평가했다.
농심 역시 스낵에서 다른 음식의 익숙한 맛을 끌어오는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포테토칩이다. 농심은 2023년부터 ‘포슐랭 가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외식 브랜드와 메뉴의 맛을 포테토칩에 적용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동대문엽기떡볶이와 협업한 ‘포테토칩 엽떡로제맛’을 출시했다. 앞서 선보인 엽떡 오리지널맛에 이은 두 번째 협업 제품이다. 현재 포테토칩 브랜드에는 엽떡로제맛 외에도 교촌간장치킨맛, K-양념치킨맛 등이 판매되고 있다.
너구링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외부 음식 브랜드의 맛을 가져오는 대신 농심이 이미 보유한 라면과 스낵 브랜드를 하나로 합쳤다는 점에서다.
특히 소비자가 먼저 만든 조합을 제품화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처럼 기존 제품을 소비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문화가 다시 신제품 개발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농심도 라면을 다른 재료와 조합해 먹는 소비 방식이 새로운 식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업계가 이런 제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맛과 이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처음 보는 과자라도 너구리나 불닭처럼 익숙한 맛을 예상할 수 있고, 업체 입장에서는 기존 브랜드를 새로운 제품군으로 넓힐 수 있다.
이번에는 소비자가 먼저 섞어 먹던 양파링과 너구리 조합이 정식 제품이 됐다. 라면 봉지 안에 있던 스프가 스낵 시장의 새로운 맛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