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앞으로 어떻게 튀어나오냐고!”
“야, 이거 반전인데 완전.”
개천절을 포함해 사흘 연휴의 첫날이었던 지난 3일,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 몰린 관람객들이 레이스가 끝난 후 결과창을 보며 이처럼 엇갈린 반응을 쏟아냈다.
조금 전 1200m 경주를 본 관람객들의 손에는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마권이 쥐어져 있었다. 관람석 바닥에는 결과에 실망한 듯 버려진 마권도 여러 장 눈에 띄었다.
잠시 후 경기 결과에 따른 배당금을 받으려는 창구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베팅 금액에 따라 수령하는 돈도 저마다 달랐는데 적게는 수천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가져가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앞서 서울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 출구에는 당일 경기에 출전하는 마필과 기수, 이들의 전적 등을 토대로 경주마다 우세 마필을 점치는 내용을 실은 책자를 파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나들이 차원에서 온 이들이나 평소 경마를 해본 것으로 보이는 이들은 대부분 책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날 괜찮은 책자를 하나 추천해달라는 기자에게 한 상인은 2000원짜리 책자와 그보다 더 비싼 책자를 하나씩 추천했다.
저마다 예측치가 달랐고 적중률이 높은 내용이 실린 책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나가는 것으로 보였다.
서울과 제주에서 번갈아 경주를 하는 터라 제주에서 경기가 펼쳐질 때는 경주로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생중계 영상이 나왔다.
마치 눈앞에서 경기가 펼쳐지기라도 하는 듯 결승선을 앞두고 달리는 말들을 보며 관중석에서는 해당 경주에 베팅한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판돈의 규모가 눈길을 끌었다. 제주에서 펼쳐진 한 경주에는 총 25억원에 가까운 돈이 베팅됐다. 1등만 맞히는 단승식에 약 3800만원, 1·2등을 순서와 관계없이 맞히는 복승식에는 7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어진 서울 경주에는 1·2·3등을 순서와 관계없이 모두 맞히는 삼복승식에만 9억4000여만원이 베팅되는 등 총 26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수용 인원은 입석을 포함해 6만∼7만여석으로 알려졌다. 물론 모든 관람객이 베팅하는 것은 아니고 구경을 위해 찾은 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개인별 베팅 규모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
이날 렛츠런파크 서울 일대는 서울대공원 등을 찾은 나들이객까지 몰리면서 주차장 진입에 1시간 넘게 걸릴 정도로 붐볐는데, 한편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됐다.
렛츠런파크 서울 곳곳에는 ‘이전 반대’ 취지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경마공원 이전이 추진되면서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 온 경마공원이 과천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로 해석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에서 과천 경마공원과 인근 방첩사 부지를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98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내에서만 10개 지자체가 경마공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 움직임도 이어졌다. 화성시는 지난 2월 경마장을 화옹지구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데 이어 7월 정명근 시장이 한국마사회 회장을 만나 유치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
안산시도 지난 2월 유치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시 전역을 대상으로 교통 접근성, 환경, 개발 가능성, 주민 수용성 등을 분석하고 시화지구 등을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경마장을 말산업·관광·레저를 결합한 복합 클러스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천시는 지난 9월 한국마사회 본사와 경마공원 유치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교통 접근성과 도시계획, 환경,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가평군도 가평역과 상천역 인근 후보지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유치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경마공원을 눈여겨보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다.
지난해 과천 경마공원에서 발생한 레저세는 2138억원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그만큼 세수가 커 지자체들이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 경기당 수십억원이 오가는 경마의 규모만큼이나 이용객 관리 문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마사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오프라인 마권 구매상한 위반은 1만1924건이다.
2022년 2602건, 2023년 2935건, 2024년 2427건, 지난해 2420건이었고 올해도 8월까지 1107건이 적발됐다. 전체의 77.9%인 9284건은 장외발매소인 지사에서 발생했으며 과천 경마공원에서도 2524건이 적발됐다.
같은 사람이 반복해서 구매 상한을 어겼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오프라인 영업장은 비실명 입장·구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장에서 구매상한 위반을 확인해도 위반자 신원을 별도로 수집하지 않아 동일인이 다시 적발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마사회가 2024년부터 집계한 조치 실적은 경고 8589건, 퇴장 42건이다. 본인이 직접 신청하면 일정 기간 이용을 차단하는 ‘자율 이용 제한 제도’를 운영하지만, 상한을 위반한 이용자에게 강제로 적용되는 제재는 아니다.
반면 전자카드와 온라인 판매는 실명으로 구매 이력이 저장되고 시스템에서 구매상한 초과를 차단해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 경주에 수십억원이 몰리는 거대한 시설을 놓고 유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의 움직임과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경마공원을 둘러싸고 있다.
경마공원이 어디로 옮겨갈지를 둘러싼 논의만큼이나,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막대한 돈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