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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부동산이 아닌 삶의 터전”…은민균 교수의 ‘공간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

건축은 사람의 삶과 시대를 담은 문화 공간"
"'왜 이렇게 생겼을까' 질문하면 건축이 보인다"

“저 건물은 왜 저렇게 뾰족할까?” “저 창문은 왜 저렇게 크게 만들었을까?” 

 

길을 걷다 낯선 건물을 보고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궁금증이다. 건축을 흔히 평당 가격이나 건물의 뼈대와 기술로만 생각하지만 은민균 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다르게 바라본다.

 

은민균 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석대 제공
은민균 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석대 제공

은 교수는 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첫 강의 때마다 ‘건축을 배우면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 있다고 기대하는 학생은 지금 수강을 바꾸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건축은 사람의 삶과 그 시대를 담은 문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은 교수는 20년간의 이런 강의 내용을 담은 교양서 ‘공간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펴냈다. 이 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뽑는 ‘2026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됐다. 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을 부동산이나 공학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건축은 공간을 다루는 학문이고 그 안에는 사람의 삶과 시대의 문화, 기술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책에서는 기술적인 내용을 덜어내고 건축에 담긴 생각과 문화의 역사에 집중했다고 한다.

 

책은 시대와 건축의 관계도 다룬다. 은 교수는 “사람들의 요구와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건축도 그 생각을 받아들인다”며 “고대에는 종교 건축이,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간을 중심에 둔 건축이, 산업혁명 시기에는 같은 물건을 한꺼번에 많이 만드는 방식이 건축에 반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건축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짐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의 아파트와 대형 건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은 교수는 “요즘 아파트와 큰 건물은 효율과 대량 생산을 앞세우다 보니 건축의 본래 가치인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잃었다”며 “모두 비슷한 모양이어서 개인의 개성도 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집이 경제적 가치와 너무 깊이 얽혀 있어 바꾸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파트에 대해서는 “근대 유럽에서 이상적인 공동체 마을을 만들려는 생각에서 구상된 주거 형태였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함께 사는 의미는 빠지고 경제적 수준에 따라 사는 곳이 나뉘고 다양한 계층이 섞여 살기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은 교수는 앞으로 건축가가 될 이들에게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을 당부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건물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취향을 가졌고 어떻게 행복을 느낄지를 먼저 생각하며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대가 빨라질수록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에 숨어들기 쉬운데 건축은 모두가 쓰는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만나고 어울리게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건축을 새롭게 보는 방법도 알려줬다. 은 교수는 “건물은 돈을 벌기 위한 일반 건물과, 미술관·도서관처럼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건물로 나눌 수 있다”며 “작품 같은 건물을 지날 때 ‘왜 이렇게 생겼을까’ 하고 질문해 보고, 직접 찾아가 공간을 겪어 보며 구조와 쓰임새를 살펴보면 음식을 맛보듯 건축을 보는 눈이 길러지고 건축 답사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