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맞아 세종시 외곽인 장군면까지 차를 끌고 나갔던 본 기자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세종에 첫 상륙하는 맥도날드가 지어지고 있는 장군면 봉안리 189-5, 남양유업 세종공장 인근의 넓은 부지에 ‘11월 13일 그랜드 오픈’을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는 이곳에 건축면적 318㎡(연면적 514.97㎡), 지상 2층 규모로 차량 2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춘 드라이브스루(DT) 형태로 들어선다.
그동안 맥도날드가 이달 중 문을 연다는 소식은 세종 시민들과 지역 커뮤니티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다만 정확한 날짜가 베일에 싸여 있어 본 기자는 몇 주 전부터 맥도날드 홍보팀에 전화를 걸어 취재를 이어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아직 확정된 바가 없습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출근길을 장군면으로 우회하며 공사 현황을 눈으로 살펴왔다. ‘그래도 2~3주 안에는 문을 열겠지’라고 생각했던 조급한 기다림은 예상보다 한 달 넘겨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세종에 맥도날드가 없다고?”
세종에 첫 맥도날드가 곧 문을 연다고 말하면 전국 곳곳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기겁하며 반문했다. “아무리 세종이 출범한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신도시라지만, 인구가 40만 명에 육박하고 정부세종청사를 비롯한 주요 행정기관이 다 내려와 있는데 그 흔한 맥도날드가 없다고?”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가맹점을 포함해 1조56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만 10개 매장을 새로 열었고, 올해는 신규 출점 규모를 전년보다 두 배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국내 매장을 500개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 유일하게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지역은 세종 뿐이다. 그렇다보니 ‘맥도날드 사막’이란 씁쓸한 오명이 따라붙었다.
물론 세종에 커피 프랜차이즈나 패스트푸드점 자체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커피숍의 대명사인 스타벅스는 16개나 성업 중이고, 롯데리아와 버거킹, 맘스터치, KFC, 노브랜드버거 등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커피빈이 없으면 스타벅스에서, 맥도날드가 없으면 버거킹에서 먹어왔던 본 기자도 ‘결핍이 갈증을 더 키운다’는 말처럼 세종에 내려온 뒤 맥도날드 해피밀을 찾아 대전으로, 청주로 원정을 다녀온 것도 여러 번이다. 이쯤하니 저절로 의문이 들었다. 왜 맥도날드만 유독 세종에 발을 붙이지 못했던 것일까.
‘맥도날드 짓기 어려운 도시 구조’의 아이러니
세종에 맥도날드가 좀처럼 들어오지 못했던 배경에는 맥도날드의 엄격한 출점 조건과 세종의 도시 구조가 맞물려 있었다. 맥도날드는 매장 입지를 정할 때 안정적인 주거 인구와 차량 접근성, 도로변 가시성, 교통량,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 등을 주요 조건으로 두루 살핀다. 하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계획된 세종 신도심에서는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맥도날드는 당초 대평동과 고운동 등 신도심 내 입지를 검토했으나, 높은 토지가격과 드라이브스루에 필요한 공간 확보 등의 문제로 장군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심 곳곳에 빈 상가가 적지 않은데도 정작 맥도날드 하나 들어올 땅을 찾기 어려웠던 셈이다.
시민들의 기다림이 길어지자 급기야 세종시청과 시의회까지 맥도날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2월 14일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 김재형 의원은 “맥도날드를 유치해 지역 내 외식문화 활성화의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이에 2월19일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들을 의회로 불러 ‘세종 유치 간담회’를 열고 맥도날드 유치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종시 역시 그보다 앞서 맥도날드 측과 접촉해 입점 가능성을 타진해왔으며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당초 내년 말쯤으로 점쳐지던 개점 시점이 무려 1년 이상 앞당겨지게 됐다.
“한 달만 더 기다리면, 나만의 새로운 기자실이 생긴다”
맥도날드는 단순한 패스트푸드점 그 이상의 상징성을 지닌다. 세계적으로도 맥도날드는 글로벌 소비문화의 척도로 통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빅맥 지수(Big Mac Index)’다. 영국 경제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고안한 이 지수는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는 빅맥 가격을 비교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는지 저평가됐는지를 가늠하는 비공식 경제지표다. 물론 햄버거 매장 하나의 유무로 도시의 경쟁력이나 정주 여건을 전부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맥도날드 없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란 씁쓸한 꼬리표를 이제야 시원하게 뗄 수 있게 됐다.
본 기자는 출입처를 누비며 매일 각 부처의 브리핑을 쫓아 기자실을 찾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발로 뛰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만큼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은 또 하나의 ‘제2의 기자실’이자 소중한 취재 공간이다. 서울에 있을 때면 맥도날드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며 기사를 쓰곤 했다. 하지만 세종으로 내려온 뒤로는 해피밀을 멀리해야 했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이제 한 달여 뒤면 세종에서도 그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다가오는 11월 13일, 세종 1호 맥도날드 매장에서 ‘오픈런’ 기사를 시작으로 종종 해피밀 세트를 앞에 두고 기사를 써 내려가려 한다. 그날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 손에는 해피밀을 들고, 귀로는 취재 전화를 받으며 미간을 찌푸린 채 노트북 자판을 광속으로 두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반갑게 눈인사를 건네주시길.
100투더세종… 13편 / 투 비 컨티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