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선포 기념일은 국경절을 맞아 게재한 사설 중 ‘불외부운차망안(不畏浮云遮望眼)’이란 표현을 썼다. 북송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왕안석의 시 등비래봉(登飞来峰·비래봉에 올라)의 “뜬구름이 시야를 가려도 개의치 않는다, 높은 곳에 서 있기 때문이다(不畏浮云遮望眼,只缘身在最高层)”의 일부다.
등비래봉은 훗날 재상에 올라 변법을 통해 재정·농업·군사 등 국가 제도를 손질하고 부국강병을 추진한 개혁가 왕안석이 1050년 여름, 30세 때 지은 시다. 저장성 은현(鄞县·현 닝보)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지방관으로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에 항저우 비래봉에 올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50년 전후 북송은 경제적 번영에도 중앙집권적 관료제와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하는 데 따른 재정 부담, 서하·요와의 대외적 긴장 등으로 군사·재정·행정 전반의 문제가 누적되고 있는 시기였다. 당시 과거 급제 6년 차, 젊은 관료 왕안석은 지방관으로서 가뭄과 수리, 농민의 생계처럼 정책이 실제 삶에 미치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몸소 겪고 있었다. 지방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현실을 직접 마주한 경험은 훗날 더 넓은 시야에서 국가의 현실을 바라보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혼란, 시련을 상징하는 ‘뜬구름’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는 세상의 흐름과 장기적인 방향을 바라보겠다는 포부가 이 시구에 담겼다.
인민일보 1일 사설은 중국 건국 77주년을 맞아 지난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여정’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계속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사설은 “길은 바꾸지 않고 뜻은 굽히지 않는 의지를 견지해야 한다”며 ‘불외부운차망안’과 ‘승풍파랑(乘风破浪)’을 이어서 썼다. ‘승풍파랑’은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는 뜻이다. 문맥상 ‘길’은 중국이 견지해온 발전 방향, 중국식 현대화를 향한 노선을 가리킨다. 눈앞의 어려움이나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정해진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제국시대부터 현대 중국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통일과 분열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과 질서 회복을 중시하는 역사인식이 형성됐고, 이런 인식은 현대 중국의 정치 담론에서도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 어려움이나 외부 충격에 흔들리기보다 대국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목표와 발전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는 논리로 나타난다.
인민일보가 과거 주요 현안을 다룰 때도 ‘불외부운차망안’을 반복해서 꺼내 들었다는 점은 이런 인식이 일회적인 수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2018년 10월 12일, 2021년 7월 13일 인민일보 논평은 제목에서부터 ‘불외부운차망안’을 내세웠다. 2018년 논평은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주의 확산을 배경으로, 경제 세계화라는 큰 흐름은 일부 국가의 보호주의나 일방주의로 되돌릴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 논평의 맥락에서 ‘뜬구름’은 경제 세계화를 가로막는 미국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등 외부의 역류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 세계화라는 장기적 흐름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2021년 논평에서는 의미가 보다 직접적인 국가안보·주권 문제로 옮겨간다. 남중국해 문제를 다룬 이 글은 미국 등 외부 세력의 개입을 비판하면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