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동화 자동차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 속에서 지역별로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며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뒷걸음질했지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유럽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체 시장을 견인했다.
격랑의 시장 재편기 속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단연 중국계 완성차 기업들이다. 자국 내수 시장의 성장 둔화에 직면한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신흥국으로 수출과 현지 생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그 결과 상반기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 점유율을 60%대로 끌어올리며 과점 수준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미·중은 주춤, 달리는 유럽… 보조금이 갈랐다
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 세계 전기동력차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6% 증가한 884만7000대로 집계됐다.
순수전기차(BEV)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0% 증가한 629만대가 판매되며 성장세를 주도했다. 전체 신차 시장에서 BEV가 차지하는 비중도 14.7%로 1.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PHEV는 12.0% 감소한 256만대에 그쳤고 시장 점유율도 6.0%로 축소됐다. BEV와 PHEV에 하이브리드차(HEV)를 더한 전체 친환경차 시장 판매량은 5.1% 증가한 1521만대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 정책 변화가 불러온 극심한 지역별 판매 양극화다.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은 소비 심리 위축과 구매세 감면 혜택 축소 영향으로 14.1% 감소한 458만대에 그쳤다. 세계 3위 시장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구매 인센티브 종료 여파로 28.8% 급감한 55만대 판매에 머물렀다.
반면 두 번째로 큰 전동화 시장인 유럽 내 판매량은 31.7% 증가한 235만대에 달했다.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부활하거나 사회적 리스 제도를 통해 구매 부담을 완화했고, 중국계 기업의 유럽 보급형 전기차 출시도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한국에서도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기조와 보조금 집행, 테슬라·BYD 등 수입 전기차 판매 확대 등의 영향으로 103.9% 폭증한 20만4000대가 팔렸다. 일본은 61.6% 증가한 8만3000대를 기록했다.
◆10대 중 6대가 ‘메이드 인 차이나’ 질주
중국계 완성차 기업들의 거침없는 세력 확장은 상반기 글로벌 전동화 시장 판도를 뒤흔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전기동력차 판매 상위 10개 기업 중 BYD(229만대), 지리그룹(113만대), 상하이자동차그룹(SAIC·75만대), 체리자동차(58만대), 리프모터(42만대), 창안그룹(34만대) 6곳이 중국계 기업으로 채워졌다.
이들 6개 기업의 상반기 합산 판매량은 전체 글로벌 전기동력차 시장의 62.3%를 차지했다. 1년 전 점유율(57.2%)보다 5.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내수 경기 둔화로 자국 시장 의존도는 기존 62%에서 50%대로 축소됐지만, 수출과 현지 생산 거점 가동을 동시에 가속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과점 수준의 입지를 확고히 굳힌 모습이다.
기업별로는 차별화한 멀티 브랜드 및 제휴 전략이 빛을 발했다. 독보적 1위인 BYD는 내수 둔화에 따라 판매량이 4.8% 감소했으나, 지리그룹은 지커·볼보·폴스타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한 세그먼트별 역할 분담으로 18.0% 증가하며 추격했다. 판매량이 27.5% 늘며 5위에서 4위로 올라선 SAIC는 MG 브랜드를 앞세워 수출을 늘리고 PHEV 라인업을 강화한 점이 주효했다. 현지 공장 본격 가동으로 물량을 늘린 체리자동차와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수출을 확대한 리프모터도 각각 64.4%, 81.2% 급성장했다.
지역별로는 중국계 브랜드의 유럽 내 판매량이 53만20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0.6% 폭증했다. 점유율도 15.6%에서 22.3%로 뛰어올랐다. 유럽연합(EU)의 상계관세 부과에도 막강한 가격 경쟁력과 PHEV 라인업을 앞세워 관세 장벽을 무력화한 것이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계 업체들은 59만9000대를 팔아 치우며 55.4%의 점유율로 시장 과반을 점유했다.
◆산업 공동화 우려도… “인센티브 확대 절실”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파괴적인 공세 속에서 전문가들과 산업계는 한계에 다다른 국내 생산 환경을 직시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가성비와 기술력 공세는 단순한 추격을 넘어 시장 전체를 위협하는 공포 수준에 도달했다”며 “중국 기업들은 배터리 자체 공급망과 압도적인 가성비를 바탕으로 보조금 없이도 고품질 전기차를 쏟아내는 반면, 국내는 높은 인건비와 고비용 생산 구조에 묶여 있어 중국산과 직접 맞붙을 저가 보급형 모델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정대진 KAMA 회장 역시 “중국계 기업의 수출 및 현지 진출 가속화로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전동화 전환기에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효율·보급형 전기차 라인업 확대는 물론 정책적 지원과 국내 생산 기반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