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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삶 우릴 닮았네”… 치이카와 극장판 돌풍

주인공 캐릭터들 노동·시험 내몰려
“생존본능 공감대” 60만 관객 돌파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사진)이 국내에서도 팬덤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60만4700명을 돌파했다. 일본에서 시작된 ‘치이카와’ 열풍이 국내 극장가로 번지는 모습이다.

치이카와는 ‘농담곰’으로 유명한 일본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 나가노가 2020년부터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연재해 온 만화다. 국내에선 ‘먼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을 줄인 ‘먼작귀’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햄스터를 닮은 치이카와와 고양이 하치와레, 토끼 우사기 등 작고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이 주인공이다.

언뜻 어린이용 캐릭터물처럼 보이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의외로 냉혹하다. 주인공들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해야 한다. 풀을 뽑거나 위험한 괴물을 토벌해 보수를 받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때로는 실패를 경험한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현대인의 불안이 녹아든 설정이 특징이다. ‘귀엽지만 어딘가 슬픈’ 세계관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으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이번 극장판은 원작 장편 에피소드 ‘세이렌 편’을 바탕으로 했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보수 100배, 한정판 라면과 디저트 제공’이라는 초대장을 받고 인어섬으로 향하지만 정체불명의 존재 세이렌과 관련된 사건에 휘말린다.

영화는 치이카와 특유의 매력을 집약했다. 동글동글한 캐릭터들이 웃음을 주는 가운데 불안과 공포가 스며든다. 친구를 살리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이들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세이렌의 사연이 맞물리며 후반부로 갈수록 죄책감과 상실의 감정이 짙어진다. 귀여움 뒤에 묵직한 정서를 숨겨 놓은 치이카와 세계관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치이카와 열풍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는 관객 1155만명, 흥행 수입 168억5000엔(약 1438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일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캐릭터 상품과 팝업스토어, 협업 상품마다 긴 줄이 늘어서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