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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흥행…문체부 장관 “비판은 자유, 집 앞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

집 앞 확성기에 광고 불매까지
정부 “엄정한 법 집행”·소속사 “가능한 모든 조치”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경찰청 등 관계 당국에 영화 관계자 및 출연 배우에 대한 안전 조치와, 거주지 앞 위협·협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배우 유해진의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도 “배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신변을 위협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체의 행위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이 작품을 넘어 주연 배우 개인을 향하면서 나온 대응이다.

 

전날 오후 서울 성북구의 자택 앞에서는 영화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유해진이 광고 모델로 나선 기업들에는 모델을 바꾸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비판은 자유,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

 

최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자유이지만,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적었다.

 

이어 “영화에 대한 비판이 도를 넘어 출연 배우의 자택 앞까지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개인의 일상을 침해하며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른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영 중단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최 장관은 “작품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정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행정력으로 재단하라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사전 검열’의 시대로 되돌아가라는 위험한 요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둘러싼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나 법률적인 문제가 있다면, 이는 상영 이후 민사상 소송이나 형사적 절차를 통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구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 장관은 “영화가 다룬 역사적 해석이나 시각에 대해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이라며 작품에 대한 비판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불법 행위로부터 배우의 권익과 안전 보호”

 

소속사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유해진을 향한 비방과 허위 사실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으며,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모욕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게시물과 자료를 지속해서 수집하고 있다며 “불법 행위로부터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소속 배우의 권익과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확인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필요한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집 앞까지 간 확성기

 

보수 성향 단체인 신자유연대 등은 전날인 4일 오후 2시쯤부터 서울 성북구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50여명이 모였고, 경찰은 기동대 2개 부대와 대화·교통경찰을 투입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암살자(들) 제작자 배우들은 유가족과 고인에게 사과하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한 유튜버는 확성기를 잡고 유해진을 겨냥해 욕설을 섞은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이 내건 요구는 △영화 즉각 상영 중단 △제작진·배우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유족과 고인에 대한 사과 △유해진의 광고 모델 계약 철회 등이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또 다른 보수 성향 단체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 건물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광고도 끊으라…“다음은 대표 자택 앞”

 

압박은 배우가 광고 모델로 나선 기업으로 옮겨갔다. 유해진이 출연한 버거킹과 키움증권 광고 영상에는 항의성 댓글과 모델 교체 요구가 잇따랐고, 두 회사는 해당 영상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버거킹 애플리케이션 회원 탈퇴 화면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신자유연대 대표는 한국 버거킹 운영사 대표이사의 자택 앞 집회를 신고하고 5일부터 31일까지 “유해진 모델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공격은 외모로도 번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유해진을 비난하는 한 누리꾼의 SNS 게시물에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외모 비하라는 지적이 나오자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편을 드니까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참 저질”이라며 배우를 겨냥한 집단 공격을 멈추라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유해진씨는 북한상이 아니라 의병상(義兵相)”이라며 감독과 출연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 영화계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제작 과정이나 참여 창작자에 관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거나 작품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작사와 감독, 배우, 스태프에게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역사적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에서는 관객의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런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와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사건을 다뤘다.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일본과의 외교 관계 등을 근거로 중앙정보부 ‘윗선’이 배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내놓는 장면을 두고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을 저격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옆자리에 있던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허진호 감독도 “박정희 배후라고 생각한 적 없다”며 여러 방송과 자료를 통해 제기돼 온 의문에서 출발해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지를 따라가 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부산영상위원회는 5일 예정했던 대시민 무료 시사회를 취소했고, 제작진은 허진호 감독과 유해진·박해일·이민호 등이 참석하기로 한 무대인사와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까지 홍보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 홍보를 접었는데 관객은 늘었다

 

한편 영화는 홍보 일정을 모두 접고도 관객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41만2012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223만396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