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단설에 휩싸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을 유지하면서 세계 최상위급 ‘프런티어 AI’ 개발을 별도로 추진한다. 국내 독자 모델의 산업 현장 활용을 넓히고 글로벌 기술 경쟁에도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존 참여 기업에 대한 지원과 새 사업의 선정·출자 방식이 구체화하지 않아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독파모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해 내년 2월 3차 평가를 거쳐 최종 두 개팀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프런티어 AI 개발 사업도 진행한다. 앞서 독파모를 중단하고 프런티어 AI를 중심으로 정부 AI 사업을 전면 개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를 부인한 데 이어 정부가 추가 설명회를 열고 정책 방향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독파모 사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기존 사업을 프런티어 AI와 산업 특화 독자 모델 개발 사업으로 나누는 방식에 가깝다. 당초 정부는 ‘최근 6개월 내 공개된 최상위 모델의 95% 수준 성능’을 목표로 독파모를 추진해 왔다. 독파모 안에는 최상위 모델 개발 내용이 포함된 셈인데, 앞선 목표와 방향을 재설정한 것이다. 새 사업에는 막대한 자원을 집중 투입해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독파모는 산업 현장에서의 쓰임새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독파모 평가 방식도 1차 성능 평가 위주에서 2차부터는 산업 활용도 위주로 바뀌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2일 “프런티어 AI 개발 트랙과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도록 하는 산업 확산 트랙 두 축으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별도로 프런티어 AI 사업을 벌이는 것은 글로벌 최상위 모델 성능 향상 속도가 예상을 훌쩍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위 AI 모델이 사이버보안, 연구개발(R&D), 안보 등에 미치는 영향은 커져 개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깔렸다. 정부는 지난 4월 ‘미토스 쇼크’ 이후 기업과 학계 등을 대상으로 기존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받았고, 자원을 여러 기업에 나눠 지원하는 방식보단 프런티어 모델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정부는 예산안에 포함된 4조7000억원을 투입해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연말 국회 예산안이 확정되는 대로 세부 추진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 초부터 프런티어 AI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독파모 중단설을 일축했지만 독파모와 새 사업 간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원 계획에 대한 기업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독파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정예팀이 프런티어 사업에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설명 과정의 혼선도 불안을 키웠다. 정부는 최근 설명회에서 최종 정예팀 선정 이후 지원 방식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가 다시 기존 계획에 따른 GPU 지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독파모 정예팀에 참여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독파모가 중도 폐지될 것을 우려했는데 다행”이라면서도 “큰 자원을 투입해 정부 프로젝트에 매달렸는데 정책 변동성이 커지면 그 리스크(위험)를 부담하는 건 온전히 기업 몫”이라고 했다. 다른 참여 기업 관계자도 “대외 환경이 급변해 방향키를 움직이는 건 이해하지만 지원이나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 정부를 믿고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류 차관은 사업 불확실성에 대해 “독파모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무빙 타깃(움직이는 목표)을 좇는 사업일 수밖에 없었다”며 “AI 기술이 6개월 만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바뀌는 만큼 단계마다 목표와 평가 방법을 조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